일상일까 일과일까

아침에 눈을 뜨면 배가 고프다. 그래서 기력이 없고 의욕도 없다.
뭉기적거리다가 밥을 안친다.
밥이 다 될 때까지도 요리를 할 엄두는 나지 않는다.
이런 저런 일들을 하고 있는데, 탁, 하는 소리가 들린다.
밥이 다 되었다는 뜻이다.
뭐라도 만들어 먹어야지, 하고 부엌으로 가 보면 어제의 설거지가 아직 쌓여 있다.
보일러를 켜고 잠시 기다린 다음 설거지를 시작한다.
냄비와 프라이 팬, 국자와 수저, 밥그릇과 접시…
하나하나 씻고 나니 마지막에 플라스틱 밀폐 용기 하나가 남는다
이미 사흘, 혹은 나흘 쯤 전부터 그 자리에 있던 물건이다.
바닥에 붙은 음식의 흔적이 도무지 지워지지 않아 며칠 째 그 자리에 있다.
그간 몇 번의 설거지를 했지만, 매번 포기하고 그냥 불려 두고만 있는 참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설거지를 마친 후, 씻은 냄비에 물을 받아 미역을 불린다.
미역을 불리는 동안 머리를 감고, 손을 적신 김에 손빨래도 조금 한다.
그렇게 하고 나면 몸은 이미 지친 상태다.
이제 쉬어야지, 생각하고 보니 아직 밥을 먹지 않았다.
밥을 먹어야지, 생각하고 보니 아직 국을 끓이지 않았다.
다진마늘을 꺼내기조차 피곤해서, 그냥 참기름과 간장을 부어 미역을 볶았다.
채 다 볶기도 전에, 아직 간장이 흥건한 냄비에 물을 붓고 그대로 끓인다.
보글거리는 소리 사이로 치직 거리는 소리가 들려 온다.
넘칠 리가 없는 양임을 뻔히 알지만 계속 신경이 쓰여 글을 쓰면서도 몇 번이나 부엌을 내다보게 된다.
글이 다 익기 전에 국이 먼저 끓었다.
좀 더 푹 끓여도 좋겠지만, 그냥 불을 끈다.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아서다.
반찬을 꺼낼 의욕이 남아 있을까, 그조차도 스스로를 돌아 봐야 알 수 있다.
매 끼니 밥을 지어 먹는 일상은, 힘겹게 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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