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을 하고 커밍아웃을 하고 열심히 사람을 사귀고 연애를 해도,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하나 있다. 아니, 갈증이라기 보단 허무함에 더 가까울 것 같다. 난 이걸 더 이상 원하지 않으니까.
내가 남자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 어떤 특별한 사실이 되지도 않고 특별한 이유가 되지도 않고 나를 구성하는 무언가가 되지도 않는다고 느껴지고 있다. 그냥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가고 있다. 굳이 더 말하고 다니는 것도 피곤하고, 그냥 나대로 살았으면 좋겠다. 정말, 지겹다.
도대체 게이가 뭔데?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면 게이인가? 아쉽게도 아니더라. 나는 나를 남자로 자각하고 있는지도 가끔씩 헷갈릴 때가 있으니까. 공군에서 만나서 아직까지도 사귀고 있다는 학교의 그 선배는 자신을 일반으로 정체화하고 있었다. 좋은 동생 잃기 싫다는 이유로, 내 전공인 ‘미친 듯이 사랑에 빠지기’ 수준에서 그 친구와 사귀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10분 보러 5시간씩 차를 타고 면회를 가고 섹스를 하고 크리스마스에 데이트를 한다. 그런데도 그 선배는 자기를 게이라고 정체화 하지 않는다. 와, 진심으로 신선하고 놀라웠다. 그리고 부러웠다. 나도 저럴 수 있었으면. 어쩌면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이 같은 거,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
물론 사회가 그렇게 만들고 있고 사회에서 만든 편견 때문에 다시 성소수자 내부에서도 어떤 규격이 생겨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정체성을 이대로 지속해 나간다고 해서 뭔가 달라질 게 있을까? 결국 우리가 원하는 건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애초에 프레임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것 아닌가.
무거움을 두지 않은 커밍아웃을 하고 싶다. 나는 나라는 걸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커밍아웃을 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아무도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으니까. 믿을 만한 사람에게 커밍아웃을 하는게 안전하다느니 따위의 규칙은 접어버리고, 안 지겹게 살고 싶다. 이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게 너무 지겹다. 그렇다고 정체성을 바꾼다고 하는 것도 헛소리고.
설령 내가 여자를 좋아하게 된다고 한들, 그래서 탈반을 하게 된다고 한들, 게이 정체성을 유지한들, 어떤 문제든 해결이 되지 않는 것이다. 날 묶어두는 ‘정체성’이란 틀은 깰 수가 없다. 저런 용어조차도 염증이 나기 시작했다. 지.겹.다.









3개의 댓글
요즘 나에게 커밍아웃은 공격의 의미도 있는 거 같아.
“나 게이야” 그리곤 아무말도 안 하지. 상대가 말하기까지.
속에 담긴 의미는 ‘당황스럽지? 멍하지? 뭐라고 해야 할지,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지? 이제껏 뱉었던 호모포비아 발언을 후회하기는 하니? 이제 고민 좀 해봐. 아님 최소한 내 앞에선 말 조심해’ 정도.
나도 그런 식의 ‘균열 만들기’를 좋아해서 커밍아웃을 막 하고 다녔는데(‘당신 주위에 게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지? 근데 당신 바로 옆에 있다고.’라는 메세지를 전달하려고.), 요즘은 그것도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졌어. 힝, 나 왜 이러지.
맘껏 멋있다고 말해도 될까요?? 이렇게 사고하고 이렇게 운동하는.. 노는.. 님들이. 부러워요.. 저 .. 멋지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