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거나

수다를 떨고 싶었다. 추웠으니까. 북극. 시베리아. 욕실도 얼어붙을 듯이 추웠지만 바깥의 새벽 찬바람도 만만치 않았다. 만만한 건 나뿐이다. 호호.
크리스마스랍시고 메뚜기떼가 모든 곳을 점령했다. 이혼하거나 양육할 목적이 아니라면 결혼할 까닭이 있을까. 너무 시끄럽다. 소리 아닌 말이 많다. 소음들. 아무하고도 말을 섞고 싶지 않은 날이 있다. 십대이던 때 처음이었던 연애는 황당하게도, 독신주의자라는 이유로 실연했었다. 독신주의자를 ‘비이성애자’로 오역하였던 영리한 남학생은 군대를 갔다. 편안하고 솔직한 느낌은 쉽게 생기지 않는다. 가라앉은 기분. 내내 잤지만 전신이 뻐근하기 때문에. 외출했다 집에 돌아오려니 눈이 제법 그럴싸하게 오고 있다. 밤인데도 세상이 희다. 파우더를 흩뿌린 것처럼. 내 생일은 아니지만 영화도 세 편을 봤다. 조용히 홀로 감상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나처럼 떡볶이로 대충 배를 채우는 관객들도. 그들 역시 어느 때보다 연락이 뜸한 하루라는 걸 느꼈을 테다.
난 모든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친한 친구와 키스했다고 말을 꺼냈다가 곧장 주워 담았다. 장난과 시험과 충동의 혼합이었지만. 첫째는 내가 모든 질문에 최선을 다해 대답하고자 하는 압력에 시달리는 인간형이라는 것이고,(진실을 말해라, 거짓말쟁이야) 둘째는 내게 무엇이 편안하고 무엇이 편안하지 않은지 궁금했다는 것이다.(여러 가지 속성이 있는 거잖아, 그리고 당연히 내겐 머릿속으로 낙서하거나 취객을 관찰하는 일을 제하고도 많은 일들이 있는 거잖아) 어쨌거나 이건 멍텅구리다.(멍텅구리에도 누군가를 멸시해보려는 나쁜 뜻이 숨어 있나요?)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 격려가 필요하다. 내가 나이기만 해도 괜찮았던 건 네 살 이전이다. 그땐 전적으로 타인에 기대도 굶어죽지 않고 힘들면 가만히 자고 있기만 하면 됐다. 나는 진짜 나였다. 진짜 나. 그것만 있으면 된다. 자기가 듣고 싶은 대로 자기가 잘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실은 내 자신이 필요한 것이다. 놀아라. 즐거워야 앞으로도 더 즐거울 테니까.

바바라 해머 회고전 재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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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

  1. 안팎
    2009/12/26 11:23 am | 고유주소

    멍청이
    [명사]아둔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멍텅구리

    무려 한 달 반 만의 포스팅, 반가워요 잇을!

  2. 2009/12/26 12:39 pm | 고유주소

    마지막 줄 공감.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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