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애자가 되는 약이 있으면 먹을까?

영화 엑스맨2를 보고서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땐 잘 모르겠다 였던 거 같다. 되고 싶기도 하고, 그게 어떤 걸지 감이 안 잡히기도 하고.(내가 이성애자가 되는 데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여성에게 성적인 욕망이 생기거나, 내가 여성의 몸이 되거나 하는 거다. 전자보다 후자가 상상가능하다.) 지금은 그런 약 있어도 안 먹는다. 운명적 사랑이 나타나는 약이 있음 또 모를까.

쉽지는 않았지만, (내가 잘나서 그런것도 아니지만) 동성애자였기에 나로서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세상과 부딪히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단순히 불쌍히 여기고 동정하는 것이 아니라, 약자의 경험을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사회에 드러나지 않는(숨겨져 온) 수많은 목소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삶 속에서 타자의 입장에서 함께하려는 욕망이 생겼다. 값지다. 주류로만 살아온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소수자로서 나의 경험들은 전혀 소통되지 않곤 한다. 그런 친구가 되고 싶지 않다. 자주 울고, 화나고, 침묵하고, 외롭고, 냉소해도, 따뜻해지고, 저리고, 감사하고, 횡설수설하고, 활짝 웃고 있는 나를 사랑한다.

내가 아이를 기를 수 있을까?

아이는 (부모가 동성애자이기에)소수자로서 경험을 할 수 밖에 없을 텐데, 상처 받을 일 투성일텐데.

나는 행복한가?

나처럼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살아가지만, 상처를 가지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게 필요하지 않을까?

2 thoughts on “이성애자가 되는 약이 있으면 먹을까?

  1. 주류로만 살아온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소수자로서 나의 경험들은 전혀 소통되지 않곤 한다. 그런 친구가 되고 싶지 않다. 자주 울고, 화나고, 침묵하고, 외롭고, 냉소해도, 따뜻해지고, 저리고, 감사하고, 횡설수설하고, 활짝 웃고 있는 나를 사랑한다.

    – 아, 진짜 공감해요.

    응답

    1. 여담이지만 성소수자 주류랑 얘기해도 소통되지 않는다는 걸 오늘 깨달았어…난 왜 거기서 제대로 설명을 못 했을까. 아웅. 글 쓰는 것의 반만큼만 말도 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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