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많이 났었어

500일이 되었다길래, 조금 과장되었지만 최대한 친절하고 성의있게 “축하해”라고 했다. 갑자기 컴퓨터를 하고 있던 그는 나의 목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며 혐오에 찬 표정을 드러냈다. 그래, 목소리가 높고 말투가 부드럽긴 했다. 쉽게 말해 여성스러웠다. 그에게는 나의 친절하고 성의를 담은 말투가 징그럽고 느끼하게 느껴졌을 거라는 거 안다. 난 남성으로 여겨지니까. 그리고 순간 나도  그런 “변태 아저씨”로 비친 내 모습이 보여 창피해졌고 귀까지 빨개졌다. 그리고선 생뚱맞게 “너는 여자친구 안 사귀나?”고 물었다. 화가 나 “여자친구 안 사귑니다!”라고 강하게 내뱉었다. 그는 “왜?”라고 다시 물었고, 순간 나는 ‘제정신’으로 돌아와 “군대왔는데 어떻게 사귑니까?”라고 위장모드로 황급히 되돌아갔다. 내 옆에 앉아 있던 또다른 그는(이이에게는 커밍아웃했다) “역시 얼굴에 다 드러나”라고 조용히 말했다. 재수없어. 다 재수없어.

내가 날 부끄러워 했다는 게 화났다.  그 표정, 그 익숙한 혐오에 찬 표정, 내 머릿속에 너무 강렬히 남아 그때그때 다시금 날 덮치는 그 표정. 면역이 안 된다. 이런 인간들과 같이 있기 싫다. 최소한 맘껏 싸우고 싶다.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커밍아웃하고 더 높은 목소리로 교태를 부리고 싶다. 그럴 수 없다. 충분히 강해진 것 같다가도 순식간에 너무 쉽게 상처받던 나로 돌아간다. 아무말도 하기 싫다. 냉소와 경멸이 마음을 가득 채운다. 그거라도 해야 되지 않겠는가? 안 그럼 억울해. 내가 너무 혼자 논다고 개인적이라고 하지 마라. 그렇게 만든게 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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