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완전변태에서 불특정 다수와 만나는 행사를 할 때, 아무래도 아웃팅이 걱정이죠. 와서 친해진답시고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마음 뒤틀리면 상대방의 비이성애 정체성을 폭로한다며 자기가 원하는 걸 얻어내려 한다거나, 아무런 동의 없이 그리고 아무런 생각 없이 상대방의 비이성애정체성을 아무데나 이야기하고 다닐 사람이 올까봐 두렵죠. 아웃팅 뿐만 아니라 우리 행사는 ‘(나는 정상인데) 동성애자는 어떤 사람일까?’처럼 자신의 호기심을 채우려는 사람들을 위한 행사가 아니기에 이런 사람들도, 오면 곤란하죠.

그런데 아웃팅 방지를 위한 방책이 떠오르지 않아요. 제일 좋은 건 아마도 “아웃팅 할 사람은 여기 오지 않기!”라고 행사 참여를 제한하고 그럴만한 사람들은 정말 안 오는 거죠. 써놓고도 웃기네요. 그리 쉽게 될 일은 아니죠.

그래서 불특정 다수와 만나는 행사에는 이성애자를 받지 않는다, 정도로 이야기가 되긴 했어요. 아무래도 (자신의 성정체성을 고민해 볼 필요도 없이 당연히 나는) 이성애자인 사람들이 위험하기 쉽다고 생각해서요. 정체성을 기준으로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참 문제적이긴 해요. 꼭 이성애자가 아웃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성애자가 아니라고 아웃팅을 안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분명 부당하게 참여를 제한받는 사람들이 생길 거예요. 하지만 지금과 같이 비이성애정체성에 적대적인 사회에서 우리는 아웃팅의 위험을 더 고려했어요.

거참, 이성애자의 참여를 제한한다고 해도 그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메일을 보내 이성애자인지 아닌지를 밝히라고 하고 싶지 않고, 그렇다고 웹자보에 “이성애자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안 됩니다” 라고 쓰자니, 이 글을 통째로 다 실을 수도 없고. 홍보를 비이성애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주로 들어가는 공간으로만 제한했지만, 마음 먹고 찾으려고 하면 우리 홍보물 정도야 쉽게 찾죠. 좋은 묘책이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덧붙여서) 불특정 다수와 만나는 행사야 부득이하게 이런 제한을 두었지만 완전변태는 정체성에 관계없이 함께 할 수 있어요. 이성애자임에도 이성애중심주의에 같이 분노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고민들을 함께 할 수 있을 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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