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게 무어냐

오다 가다 알게 된 사람이 하나 있(었)다.

남성의 몸을 가지고 있었고, ‘진중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가끔씩 보이는 ‘일반 남성 아님’의 뉘앙스에 꽤나 긴장을 풀고 대하던 사람이었다.

쉽게 말하면, 게이 같아 보였다는 뜻이다. 한편으로 마초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는 뜻이고.

남성과 친해진 역사는 딱히 없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다지만 어딜 가나 남성들과 마주치다 보니 은근히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친해지고 싶지 않다 해도, 매일 마주치려면 최소한의 친근감은 있어야 하니 말이다. 물론 평소의 기대치는, 제발 거부감만 들지 않게, 정도지만.

아무튼, 그 당시에 동시에 알게 된 여러 사람 가운데 유일하게 신경이 쓰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 술을 먹으니 변하더라.

나보다 서너살 쯤 나이가 많은 사람인데, 형 동생을 하자는 거다.

그래도 다행히, 말을 놓아도 되냐고 묻기는 했다. 묻기는.

놓으셔도 된다고,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고 했더니 그 다음 순서로 넘어간다.

형이라고 부르라고.

원하는 게 무어냐, 고 묻고 싶었지만 말았다.

그냥 그런 말은 익숙지 않아서, 쓰지 않는다고만 말했다.

정황을 따져 볼 때, 특별히 친해지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닌 듯하다.

애초에 나는 살갑지 않은 사람인데다가 그와 내가 특별히 교류를 하지도 않았으니, 친해지고 싶은 거라면 나보다는 우선 그 자리에 있던 수많은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이야기를 꺼냈을 테지.

그럼 대접 받고 싶은 건가.

하지만 나는, 형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늘 깍듯하게 높임말 쓰고 대하는 걸. 심지어 그와 나의 기존 호칭은 선생님[!]이었다.

‘형’이라는 호칭이 왜 기분 좋은 걸까. 친근감도 아니고 대접도 아니면, 원하는 게 대체 무어냐, 나는 아직도 궁금하다.

(뭐, 이런 경우에 홧김에 그냥 이성애자 남성이라고 딱지 붙여 버리지만, 여전히 의심스럽다. 그냥 형 소리 듣기 좋아하는 마초 게이인 걸까. 으음.
게이인지 아닌지에 내가 신경 쓰는 건, 그를 둘러 싸고 염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남들은 그냥 웃으며 놀렸지만, 그는 나는 게이란 말이야, 하고 속으로 절규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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