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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과 그들
영등위는 에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내렸다. 김조광수 감독은 청소년들이 볼 수 있게 하려고(청소년 관람가 판정을 받으려고) 섹스신에서 팬티도 입혔고 엄마도 등장시켰다며 어이없어 했다. 커밍아웃한 게이 감독으로서 이런 일에 항의하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찬 바람이 불었다. 법원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김조광수 감독은 영등위 판정은 명백한 동성애 차별이라고 선언했다.
법률 지원을 맡은 변호사가 나와서 법적 해석을 제시했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로 반응할 것 같습니다, 에게 이게 뭐야(섹스신이 약하잖아) 하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좀 낯설거나, 불편하거나, 그런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 낯섦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역시 낯선 내용이었지만, 그들(동성애자들)이 우리들과 …
거기까지만 들었다. 변호사의 감상도 더는 듣지 않았고, 법적 해석도 듣지 않았다. 나는 그 영화를 아직 보지 못했지만, 낯설어 하지도 않을 것이고 실망하지도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변호사가 입에 담은 ‘그들’에도 ‘우리들’에도 나는 포함되지 않는다. 변호사의 양 옆에는, ‘그들’이 서 있었다. 변호사는 자신의 일행을 모두 떼어 놓고, 다른 어디에선가 ‘우리’를 만들었다. 그들이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그 변호사 역시 ‘그들’에 속하는 사람일는지도 모른다. 스스로 모르고 있을 수도 있고 숨기고 있을 수도 있다. 알고서도, 남의 말을 따라 그렇게 나누는 것인지도 모른다. 알 수 없다. 알 수 있는 것은 ‘그들’에도 ‘우리들’에도 나는 없다는 사실이고, 변호사에게 ‘우리’였어야 할 사람들은 한 순간에 ‘그들’이 되어 버렸다는 점이다. ‘그들’은 어쩌면 단순히 영화 속 인물들만을 묶어 말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 자리에 ‘의미 있는 낯섦’으로 그 영화를 받아들일 사람들은 없었음을 또한 나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