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마비 장애인과 결혼하는 101가지 이유

<그게 필요하지 않을까?>에서 계속

이 책의 저자인 그녀가 밝히는 101가지 이유의 재미있는 몇몇을 소개한다.(콜론 뒤의 설명은 팀 에바트와 거의 같은 레벨의 경추 장애인인 필자의 생각과 체험을 적은 것이다.)

1. 나는 남편의 와이셔츠를 앞면만 다림질 한다: 뒷면은 휠체어 등받이에 항상 닿아있으니 남들이 볼 일이 없다.

2. 놀이동산에 가서 하루 종일 돌아다니느라 다리가 아플 때엔 남편의 무릎 위에 앉는다: 전동휠체어에 탈 수 있는 한계체중이 150kg은 족히 넘기에 성인 남녀 두 명이 타기에 문제가 없다.

3. 극장이나 공연장, 강연장에 가면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 (한국의 극장이나 공연장에서는 적용이 안되네요) 나의 경우를 돌이켜봐도 하버드 유학 중 저명인사들의 초청강연 때 강연장 맨 앞, 가장 좋은 자리는 항상 내 차지였다. 그래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대통령 영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 밥 돌 등과 악수도 하였고, 귀국 후 정치권에 있을 때엔 대통령 옆자리는 내 차지였고, 각종 정치행사에서 단상의 앞열 좋은 자리가 분수에 맞지 않게 나에게 할애되었다.

4. 남편의 구두는 20년 이상 새 것으로 유지된다: 필자의 20년 전 구두도 아직 새 구두 같다. 지루하지만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도 신을 것이다.

5. 화장실 변기뚜껑은 언제나 내려져 있다: 하하

6. 최근 생산되는 휠체어들은 다양한 자세를 가능케 한다: 180도 누울 수도 있고 등받침만 눕힐 수도 있고 다리만 올릴 수도 있고 심지어 직립할 수도 있다.(기혼자라면 알아서 상상하면 된다.)

7. 내가 원할 때만 사랑을 할 수 있고, 원하지 않으면 안 한다: 이것 역시 더 이상 설명할 수 없다.

8. 그들은 대부분 키스를 잘 한다(Good Kisser): 글쎄… 이 대목은 설명이 잘 안 된다. ㅎㅎ

9. 남편의 손은 내 손보다 훨씬 부드럽다: 손뿐만 아니라 걷지 못하는 발도 애기발처럼 보들보들할 수밖에 없다.

10. 모든 사람들이 나를 천사로 여긴다: 중증장애인과 결혼한 비장애인 여성은 아름답고 착한 천사로 주위의 칭송을 받는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똑같은 모양이다.

11. 장을 보고 나서 장바구니와 비닐봉지들을 휠체어 뒤에 주렁주렁 매달 수 있고, 신생아만 아니라면 유모차 대용으로 꼬마를 무릎에 태울 수 있다: 더운 날씨에 대형 놀이공원을 자녀들과 다니다 보면 애들은 물론 어른들도 힘들고 지치기 십상인데 전동휠체어 뒤에 가방 매달고 어린이는 무릎에 앉히면 만사 OK다.

12. 외국여행을 할 때 줄을 서지 않고 우선적으로 출, 입국 수속을 하고 비행기 탈 때에는 기다리지 않고 제일 먼저 보딩을 한다: 외국여행 시 출,입국 수속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고 짜증도 나지만 휠체어 장애인을 동반하는 가족은 모두 줄 서지 않고 빨리 수속을 마칠 수 있다.

13. 내가 목욕을 하거나 화장실에 앉아 있을 때 문을 열 수 없고, 바보스런 행동을 할 때 캠코더 촬영을 할 수도 없다: 아무리 허물없고 사랑하는 남편이라 할지라도 감추고 싶은 것은 있다.

14. 눈 싸움, 물풍선 싸움, 베개 싸움을 하면 백전백승이다.

15. 남편은 나를 때릴 수 없다. 그리고 자식들도 때리지 못 한다: 때릴래야 때릴 수도 없는 처지이다.

그리고 그녀가 말하는 사지마비장애인과 결혼하는 마지막 101번째 이유는, ‘살아 있는 동안, 그가 하는 것 이상으로 나를 사랑하고 내게 감사하는 남편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열린지평 2009년 가을호의 이일세 칼럼에서 인용»

재밌어서. 나도 뭔가 이런 목록 만들어보고 싶다. 애인 생기면 하나씩 적어봐야지. (공중화장실이나, 목욕탕 그 어디서도 한순간도 떨어져 있지 않을 수 있다. 뭐, 이런 게 나오겠지?ㅋ)

6 thoughts on “사지마비 장애인과 결혼하는 101가지 이유

  1. 이글이 2010년도에 올라온 글이네요.. 벌써 4년전이지만… 제 여자친구가 얼마전에 척수손상을 당했습니다… 이젠 보통사람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될텐데..저는 여자친구를 놓치기 싫으네요.. 글 보면서 그래도 소소하게 웃고 가네요..ㅎ 101개가 있다는데.. 이책의 제목을 알고싶은데요….
    101개.. 다 알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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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화장실 변기뚜껑은 언제나 내려져 있다에서 빵 터짐. 그냥 되게 단순하게 말하면, 내 집(!)에서 아빠랑 남동생을 가장 몰아내고 싶을 때가 화장실 변기 뚜껑이 올라가 있을 때여서, 뭔가 되게 공감이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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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뭐 허락을 받고 올린 건 아니어서, 저작권 관련된 그런 거라면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괜찮지 않을까요? ^^

  3. 재밌긴 재밌는데 뭔가 찝찝한 글이네요. 사지마비 장애인이 보면 상처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이정도야 뭐 이러면서 가볍게 농담하지만 그게 더 상처가 될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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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찝찝한데 재밌다는 건 신기한 일이네요.
      위 글을 쓴 사람은 ‘우리'(아마 비장애인이겠지요)가 아니에요. 오리 씨를 아는 분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오리 씨가 사지마비 장애인일 가능성도 있는데다가, 위 ‘인용문’의 필자는 실제로 사지마비 장애인입니다. ‘상처’가 되는 것은, 오히려 상상 속의 누군가를 당연히 비장애인으로 가정하는 사고방식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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