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미쳤다.

난 미쳤다. 피해망상증, 과대망상증에 걸렸다. 비뚤어졌다. 좋게 볼 수 있는 것도 나쁘게 본다. 제 정신이 아니다.

“난 남자보다 여자가 좋아. 자식아” 그 찡그러진 얼굴.

그의 면전에서 바지를 갈아입는다고 팬티만 걸친 녀석을 보고선, 뭐라고 한마디 내던진 소리다. 농담이겠지.

난 남자보다 여자가 좋아. 난 남자보다 여자가 좋아

얼굴 근육이 굳어지는 게 느껴진다. 고개를 돌린다. 내 표정을 봤을까? 그냥 드러낼까 말까. 귀찮다. 짜증난다. 밉다. 배신감이 든다. 커밍아웃까지 했는데. 나를 배려한다고 생각했는데.

개인적으로 악감정을 가지려는 건 아니다. 왠 착한 척? 욕할 수 있다면 욕할 거면서. 그러면 너만 힘들어지니까 아닌 척 하는 거지. 이 나이 또래 ‘남자애들’ 사이에 흔한 혐오다/장난이다/놀이다/공유다/연대다. 몰라서 그러는 거다. 악수할 때 손을 내밀듯이, 배우는 반사적인 혐오일 뿐이다. 구조의 문제다. 그래서 뭐? 내 기분이 나아지진 않는다. “난 남자보다 여자가 좋아.” “난 사과보다 키위가 좋아.” 그냥 그런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너 이성애자인지 누가 몰라? 남자가 팬티만 입은 거 한 두번 보는 것도 아니고 얼굴은 왜 찡그려?

익숙한 인터뷰 장면. “남자끼리 사랑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는 질문에 깜짝 놀라고 상상하기도 싫다는 혐오/경멸의 표정.

“이해하려고 노력해줍쇼.” “이해가 안 되더라도 인정은 해달라!” “어째서 이성애자는 동성애를 인정하고 말고할 수 있는 권력이 있는 거냐?”

우리에게는 혐오의 자유가 있는 건가? 얼마전 화성인이라는 티비프로그램에는 “남성 혐오자”라고 어떤 여성이 나왔다.

“난 싫다. 남자들끼리 그거 하는 건 역겹다.” 그저 감정을 표현하는 건가?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는 건가? 우리는 무엇을 혐오하나? ‘자연스럽게’ 혐오하게 되나?

그냥 잊어버려도 된다. 많이 그래왔듯이. 이젠 안 그럴거다. 까먹기 전에 모조리 기록할 거다. 난 모났고 사회 부적응자다. 마음이 좁아 터졌고, 매우 감정적이다. 예민하다. 피곤한 스타일.

구구절절이 내가 왜 기분이 나빴는지 설명하기 보단 생깔거다. 말해봤자 알아듣지도 못한다. 한 번 시도했었고 그걸로 충분하다. 미워하고 왜 미워하는지 궁금해하고 대화해서 풀고 이렇게 안 할거다. 잔인하게 할 말만 하면서 선을 그을 거다. 그 어떤 관계의 진전도, 친밀감도 공유하지 않은 채 피 말려 버릴 테다. 내가 먼저 말려 버릴 테지만.

별로 나쁜 애는 아니다. 어쩌다보니 나같은 괴상망측한 정신병자를 만나서 불쌍하게 된거지. 사실 걔가 잘못했으면 내 또래 남자애들의 반은 다 잘못했고 나머지 반은 잘못할 예정이다. 상관없다. 난 편협하다. 공정한 건 판사가 할 일. 난 걔가 밉다. 호모포비아라고 욕할 거다. 도덕적 정당성을 내세워서 욕할거다. 죄책감이 들도록 힘으로 밀어낼거다. 그럴 수만 있다면 말이다.

지금 이 사회에서 이성애자들이 기껏 할 수 있는 커밍아웃은 “나 건드릴 생각은 꿈도 꾸지마(–;)” “난 정상이야(넌 비정상이야)”라고 선포하거나 동성애혐오밖에 없다.

덧붙여서, 난 매우 간사하고 정치적이다. 이 글은 선량한 시민의 간절한 절규 따위가 아니다. 무척이나 계산적인 글이다. 이 글을 쓰면서 분노는 사라졌지만, 그래도 이렇게 올린다. 난 시끄러우니까. 난 쿨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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