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미쳤다.

그래서 말했다.

계획과는 다르게 한 명에게만 나 게이라고 말했다. 좋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내가 왜 ‘남자역할’을 하는지  ‘여자역할’을 하는지가 궁금할까? 하긴 나도 다른 게이를 보고 한참 궁금해 하긴 했었다. 물론 내가 궁금해하는 맥락과는 다르겠지만. (같으려나?ㅋ) 나는 자기가 본 게이들이랑은 조금 다르다면서, 자기가 외국에서 본 게이들은 핑크색 치마를 입고 그런다더라. “나도 밖에서 그래.”라고 했다. 뒤에 “농담이야.”라고 너무 일찍 말해버려서 조금 아쉽다. <남자보다 여자가 좋아 사건>의 발단인 친구 욕도 같이 했다. 그러니까 마음이 편해졌다. 덜 미워졌다.

사건의 발단인 친구에게 물어봤다. 내가 그 때 무엇때문에 기분 나빠졌던 건지 혹시 짐작이 가냐고. “그 말을 하고 (나를) 쳐다봐서?” 역시나 잘 몰랐다. 어찌 알겠나? 그걸 바라는 건 욕심이다. 그래서 열심히 이야기했다. 너의 표정/어투/상황이 함의하는 동성애 혐오, 일반적인 우리 또래 남성의 동성애혐오 문화, 나의 말이 피곤한 스타일의 선임의 잔소리가 될까봐 말하기 힘들었던 지점에 대해서. 그는 내가 그걸 걸 느꼈을 것 같다고 자신도 생각했단다. 다만 그걸 말로, 나처럼 언어화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어쩌면 그런지도 모른다. 진실을 누가 알겠는가? 그래서 그냥 그렇게 믿기로 했다. 그는 “언제든 이런 이야기할 것이 있으면 거침없이 하라”고 해다. 진심인 것 같았다. 믿기로 했다. 마음이 편해졌다. 어떠한 상태에 놓여있는가는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희망, 믿음, 기대가 나에게 만족을 준다. 서로 더 챙겨주는 마음을 주고 받으며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것 같다. 물론 “이성애자여야만 하는 나”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동성애자인 나”를 챙겨주는 것이어야 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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