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스킨쉽

예전에 다른 데다가 썼던 글인데 여기에 올릴게요.

나는 군대에 있는 게이다. 오기 전에는 로맨스에 대한 희미한(척 하려 했으나 원대한) 기대를 하기도 했으나, 없다. (적어도 나 혼자만의) 로맨스가 있을 뻔 하긴 했으나, 우리는 자주 볼 수 없는 사이. 로맨스는 물 건너갔고, 대신 스킨쉽에 대한 욕망이 가끔씩 휘몰아친다. 갈비뼈가 으스러지도록 꽈악 껴안기. 얼굴도 비벼대고 싶지만 그건 일단 껴안아보기라도 하고서 생각해 볼란다. 사실 관찰해보면 남자들끼리 스킨쉽 많이 한다. 누가, 언제, 어떻게, 얼마나만 고려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답: 이성애자가, 낮에, 장난치듯이, 짧게) 내가 있는 곳을 배경으로 스킨쉽을 위험도에 따라 분류해보자면,

가장낮은단계: 가장 쉽게 용납되는(것으로 해석되는) 스킨쉽으로 어깨동무, 뒤에서 한번 풀어보라며 꽉 껴안기, 주물러주기, 간지럽히기, 손아귀 세게 잡기, 서로 레슬링을 하며 뒹굴기 정도가 있다. 장난의 맥락에서 통용되는 스킨쉽들이다. 장난과 괴롭힘의 아슬한 경계에서 “공격”의 의미로 성기를 친다거나 뽀뽀를 한다거나 하기도 한다.(때리고 도망가는 거랑 비슷하다.)

중간단계: 사람에 따라 살짝 긴장을 일으킬 수는 있지만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을 만한(것으로 해석되는) 스킨쉽으로 팔짱끼기, 어깨에 머리 기대기, 손잡기, 엉덩이 찰싹 때리기, 머리쓰다듬어 주기 정도가 있다. 대부분 긴 시간은 무리다. 치고 빠지기를 자연스럽게 해야 된다.

높은단계: 마지막으로 상대를 잘 골라가며 해야되는(것으로 해석되는) 스킨쉽으로 주변에서 조금 이상하게 볼 수 있다. 오랜시간 껴안고 있다거나, 이부자리하고 누워 있는데 위에서 덥치고선 이불속으로 들어가 합체하기, 살 만지작만지작만지작 거리기.

최고수위: 이쯤 되면 섹스랑 별 차이가 없어져 스킨쉽이라 부르기가 좀.

어떤 몸짓들이 어떻게 해석되느냐는 여러 관점들(혹은 권력들)간의 다툼인 것 같다. 내가 경험하긴 했지만 지금도 잘 믿기지 않는 게, 예전에는 어른들이 귀엽다고 남자 아이들의 고추를 만지는 문화가 널리 퍼져있었다. 고추를 사랑하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남자아이들을 과자와 용돈으로 유혹했다. 지금은 아동성폭력으로 해석될 여지가 강하기 때문에 의도가 귀여워서였다 치더라도 고추만지기는 쉽게 볼 수 없다.

 남성 또래 집단에서의 몸짓을 해석하는 것도 다툼, 변화의 연속이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중고등학교시절 남자애들 사이에서는 키스, 성기만지기(장난으로 괴롭히는 의미도 있지만 자주 서로를 만족시켜주기도 했다)등 스킨쉽의 범위를 넘어 갈 데까지 아주 쉽게 가곤 했다. 군대에 오니 훈련소에서 성폭력이나 성차별에 대한 교육시간도 잡혀있더라. 아마 군대에 여성이 많아지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우리 생활관 문짝에는 성폭력/성차별 없는 군대를 위한? 여러 수칙들이 붙여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남성 간 성추행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지는데, (전부는 아닌 많은) 남성들에게 공포를 심어주곤 한다. 짜증나는 건 언제나 이런 성추행 “이야기들”이 동성애혐오를 등에 없고 있다는 거다. 교육비디오에서 가해자가 “나는 성적소수자라구요”라고 하질 않나,(현실적으로 그렇게 말하는 가해자는 없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지만, 그럴 수도 있겠지. 여기서 문제는 앞뒤 맥락없이 딱 그 말만 보여주는 거다. 성적소수자니까 성추행을 저지른다는 듯이) 점호시간에 “남자성기를 빨고 싶어하는 그런 애들은 정신에 조금 문제가 있어. 병원에 가봐야지.”라고 하질 않나.(근데 또 빨라고 시키는 건 이해가능범위다. 그러시겠지.) 구구절절이 설명을 하자면(아니고~ 내 팔자야), 동성애의 욕망이 곧바로 성폭력이 되지는 않는다. 이성애의 욕망이 곧바로 성폭력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처럼. 오히려 계급(권력차이)의 문제가 더 직접적인 요인이 되는 것 같다. 가해자(~애자이건 간에)는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입힌 것이고, 이걸 동성애에 탓하는 건 마치 딸기우유가 먹고 싶어 친구를 때려 빼앗은 아이에게 왜 딸기우유를 좋아하냐고 혼내는 꼴이다. 물론 처벌이 장땡은 아니다. 개인별 침대를 사용하도록 하는 시도들은 좋은 것 같다. 옆에 딱 붙어 자면서 내 몸과 욕망을 마구 건들면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잠을 푹 못 자거든.

너무 빙 돌아온 것 같긴 한데, 어쨌든 이런 성추행 “이야기들”의 등을 타고 온 동성애 혐오가 군대내 남성들 간의 몸짓을 해석하는데 또 다른 영향력을 갖게 되고 몸짓 자체를 규제하기도 하는 것 같다. 옛날 군대 이야기를 들어보면 남성간의 스킨쉽이 질적으로 그리고 양적으로 많이 축소된 것 같다. 아쉬운 감이 있다. 그래도 그나마 이성애자라 이름표만 내걸면 거의 모든 것들이 허용되지만, 내가 게이인 걸 잊고 살지 못하는(심지어 말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나의 스킨쉽이 (일반적으로 동성애혐오가 팽배한) 친구들에게 성추행으로 느껴 질까봐 감히 손을 뻣지 못한다. (내 스킨쉽이 성적이지만 않으면 될 것 같기도 한데, 어디서부터 그리고 누구에게 성적인 건지 당췌 알 수 없다. 꼴리는 게 기준인가?) 아~ 나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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