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씨 이야기

 옛날도 아냐. 한 4,5년 전 쯤에. 나무와 풀이 자라긴 하지만 “자연”이라기엔 너무 초라한 뒷산있지? 그런 곳에 토끼가 살았어. 어떤 토끼냐면 생긴건 지극히 평범한데(인간의 기준으로 보면 말이야), 봄만 되면 들꽃을 입으로 조심스레 뜯어서 몸에다가 붙이고 다니는 거 있지. 노오란 민들레, 보오라 제비꽃, 하이얀 개별꽃, 이름은 모르지만 너무 작아 앙증맞은 하늘색 꽃(난 이 꽃이 제일 좋아)으로 꽃토끼가 되는 거지. 또 한 번은 밤하늘의 불꽃놀이같은 민들레 씨앗들을 모아다가 잠자리를 만들기도 하더라고. 이 독특한 토끼씨를 주변에서 어찌 대했을지 궁금하지? 뒷산에 토기 친구는 없었어. 다들 딴 데로 가버렸어. 주변이 너무 도시화되었거든. 그렇다고 뒷산에 사람들이 많이 오거나(등산하기엔 너무 작거든), 천적이 많거나(다른 토끼랑 같이 떠났지. 물론 너무리나 들고양이는 인간 쓰레기라는 보물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한 것도 아니야. 가끔씩 인간 새끼들이 뒷산에 놀러와서 숨어있기도 했지만 요즘은 뒷산보다 재미있는 걸 발견했나봐. 아니, 요즘 인간들 말을 빌리자면 “샀나봐”가 맞겠다. 어쨌든 그리해서 이 토끼씨는 정말 평화로운 일상을 즐기며 살았어. 아참. 토끼씨 성별을 안 알려줬구나. 뭐라고 생각했어? 사실 내가 토끼 해부학은 잘 몰라서 생물학적인 성별은 모르겠어. 안다해도 무례하게 몸을 뒤져 확인할 순 없잖아. 토끼씨도 그런 걸 알려줄 생각은 없는 것 같고. 알고는 있는지도 모르겠어. 집구경 할래? 근사해. 토끼씨 집은 아무도 찾지 않는 무덤터야. 오래되서 이젠 별로 무덤같진 않지만 그래도 주변에 큰 나무가 없어서 햇볕이 참 좋지. 무덤 안이 토끼 집인데 민들레 홀씨 침대가 있는 침실과, 누군과 이야기하고 싶을 때 쓰는 해골 친구가 있는 방, 먹을 걸 저장해 두는 방, 심심할 때 쓰는 놀이방. 방이 이렇게 네개나 돼. 근사하지? 대부분의 인간들보다 낫지. 안그래?

((그냥 심심해서 자기전에 해주는 이야기라 생각하고 막 썼어. 이 토끼씨에게 뭔가 스펙타클한 모험을 펼쳐줘야지 마음 먹고는 있는데 잘 모르겠어서, 이야기를 같이 만드는 것도 재밌겠다 싶었어. 이글을 읽는 당신과 함께 말이야. 이야기를 풀어내보아. 아무 이야기나. 그러면 조금 멋질 거 같아.))

2 thoughts on “토끼씨 이야기

  1. 지렁이, 두더지, 청개구리 친구들이 생겼을 것 같아. 그런데 토끼씨니까 아마 안 먹겠지만, 계란이나 닭고기를 먹으면 배탈이 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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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베지테리언 여우씨가 엑스터시를 해보라고 가져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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