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의 남자 숙소

   아주 간만에, 무슨 무슨 활동이라고 부를 만한 일에 참여했다. 그러니까, 농촌연대활동이나 빈곤현장활동이나 뭐 그런 류의 것말이다. 대학에 다닐 땐 실천단이라는 이름으로 방학 때마다 열흘 가까이를 전국을 돌며 합숙을 했는데, 그것이 실은 나를 4년 졸업으로 이끈 가장 큰 이유였다. 남자들이랑 자는 건 고역 그 이상이 이하도 아니니까.
   건강했을 때엔, 그냥 안 자면 되었다. 남자들과 섞여 자는 것이 싫다곤 해도, 일과 시간 중의 활동들은 스스로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었고, 다들 남여 숙소를 구분하면 그것이 충분히 여성주의적인 걸로 알긴 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숙소를 더 세분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굳이 더 요구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갈수록 예민해 져가던 어느 해, 그래도 아직 건강했던 그 해에는 열흘을 꼬박 하루에 한 시간 남짓만을 자고 일정을 소화했더랬다.
   이번엔 1박 2일 일정이었는데도, 건강치 못한 탓에 결국 어찌어찌 잠은 들고 말았다. 3시간밖에 못 자긴 했지만, 그렇게라도 잠 들 수 있다는 게 한 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고, 뭐 그렇더라.
   물론 일정에는 다양한 성(별)의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집합 시간에 처음 갔을 때 남자들, 그것도 아저씨로 분류될 만한 나이의 남자들 뿐이라 속으로 땅을 치며 후회를 했었는데(미처 생각지 못하고 참가를 신청했었다) 다행히 속속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어차피 사람들끼리 서로 부대끼는 일정도 아니고 해서 일과시간은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잘 시간이 되고 여성 숙소에서 자는 사람들이 자리를 옮긴 후부터가 문제였다. 누구는 방구를 끼고(방귀를 뀌는 것과는 다르게) 누구는 숙소 한 가운데에서 훌러덩 옷을 갈아 입고. 숙소랑은 상관 없는 문제지만, 초면의 누군가는 길을 터달라며 내 양 옆구리를 잡고 나를 밀기도 했다.
아흐흑.
(내무반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안녕. 이 정도로 투정부려서 미안하지만, 나 정말 힘들었어요”)

One thought on “간만의 남자 숙소

  1. 괜찮아요. 여기 오면 모든 것이 역치 이상의 자극이기 때문에 점점 반응이 똑같아짐…OTL

    응답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