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아저씨가 너무했네

떠나는 버스를 눈앞에서 놓치는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기사 아저씨가 너무했네’라고. 흠칫. 내가 버스의 운전석에 앉아있던 분을 보았던가? 만일 성별과 나이가 대충 확인되었다면 ‘기사 아저씨’라고 호칭해도 되는건가? 아마도 나는 ‘버스를 운전하는 분들은 대체로 기사 아저씨였어’하는 생각에 그런 호칭을 무심코 사용하려 했던게 아닐까?

‘기사 아저씨’에게선 세 가지가 발견된다. 하나. ‘기사’라는 직업, 둘. ‘아저씨’에서 남성이라는 성별, 셋. ‘아저씨’에서 한 30~50대의 나이.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기사’에서 왜 곧바로 ‘아저씨’를 떠올렸냐는 것이다. 이건 단순히 통계적인 것일까? 아니면 아무리 통계랑 일치할지라도, 나의 (어떤 것에 근거한건지는 불명확한) 편견에서 비롯된 직업과 성별, 그리고 나이의 연결방식인 것일까.

상황을 바꿔 생각해보자. 만일 내가 그 분의 외관을 확인했다면, ‘기사 아저씨’라는 호칭은 이제 올바른가? 만일 ‘아줌마’라면, ‘할아버지’나 ‘할머니’라면, ‘형’이나 ‘언니’라면? 여전히 아니라고 본다. 결국 기사 아저씨라는 것은 한 개인을 특칭한다기 보다는 전체 카테고리의 일원으로서 사람을 세는 것이 될테니까. 언어의 경제성과 같은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만, 어쨌건 고민을 해봐야 하는 지점이 아닐까.

한편, 이런 호칭들ㅡ아저씨, 아줌마, 할아버지, 할머니, 형, 언니, 오빠, 누나, 등등등등등등ㅡ은 언제나 나이와 성별을 동시에 담고 있다. 어쩌면 나이란 것은 정말 이성애주의와 가부장제와는 떨어질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강하게 생각했다. 이 시점에서 성별 중립적이고 나이 중립적인 호칭을 새로 생각해보고 싶다. ‘선생님’이 떠오르긴 했는데…. 음, 이것도 나이가 들어있잖아!

마지막으로 사족을 붙여서, ‘기사’라는 직업을 호칭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왜 우리는 ‘의사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변호사님’ㅡ사실 나는 직업에 님자를 붙이면 안된다고 배웠어요ㅡ이라고 부르면서 ‘기사 아저씨’라고 부르고 ‘군인 아저씨’라고 부르고 ‘경찰 아저씨’라고 부르고 ‘식당 아줌마’, 내지는 ‘식당 이모’라고 부르게 되는 것 (오, 여기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나의 편견들, 용서하소서)일까? 직업사이의 간극에서, 우리는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 애초에 한국어에 높임말이 있는 시점에서 이미 망했다는 생각이 약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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