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굴욕

난 할만큼 했다. 편지도 쓰고, 두세번이나 붙잡고 이야기했다. 걔도 안다. 어떤 (말+표정+맥락)이 날 불편하게 만드는지. “20년동안 그렇게 살아와서” ”여자친구랑 헤어져 요즘 정신이 없어서” ”애들이랑 놀다보면 나도 모르게” 해서 문제인 거지.

과감히 버려야 할 시점이다. 나랑 친해질 수 없다. 그저 그런 애다. 기대하지 말자. 실망하지 않기 위해. 상처받지 않기 위해.

예전 어떤 강의 질의응답 시간에 어떤이가 애절하게 자신이 속한 곳에서의 동성애혐오를 어떻게 바꿀 수 없는지 그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 때 강연자는 개인적으로 그 공간을 바꾸는 것은 힘들 수 있으니까, 운동하는 단체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찾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던 걸로 기억한다.

분명 그런 지점이 있다. 내 한 목숨 바쳐 그곳을, 그곳의 사람들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면, 죽어버리기 전에 살면서 할 수 있는 곳/것을 찾아야 한다. 뭐, 그게 선택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지만. 내가 이곳을 벗어날 수 없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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