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싫어
시간이 누그러지면 그때……
(…)
넌 항상 날 인정해줬지
넌 항상 인정했어
그것은 네가 날 속이고 있다는 감정을 갖게 해
사랑해, 너는 그 말을 놓치고 말았지
발밑으로 툭 떨어졌어
넌 그것을 주웠니?
난 거지 같았지
(…)
왜 그랬어 왜 그랬어 왜 그렇게 했니
무서운 일은 꿈에서 다 겪었지
모두들 나를 붙들고 울며불며
왜 그랬어 왜 그랬어 왜 그렇게 했니
하나도 부끄럽지 않았어
하나도?
무서운 일은 꿈에서 다 저질렀지
사랑해, 그런 건 뭘까
하지 마
하지 좀 마
(…)
삼겹살 집의 선풍기는 끄덕끄덕 돌아가고
조금만 더
너는 내 앞에서 날 바라보면서
내 눈 내 코 내 팔 내 다리 너는 그것들을 지우고 있어
내 앞에서 날 마주 보면서
이렇게 지워지는 건 뭐지?
가만있어 내가 슬슬 지워줄게
그럼 난 어디로 가는 거야?
가만있어 내가 슬슬 지워줄게
깨끗해져?
응 없으면 깨끗해지는 거야
넌 있을 때마다 지저분해 보였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네가 놀랄 만큼 굉장히 아주 아주 깨끗해지고 말 거야!
…… 그런 네가 항상 좋았지
항상 좋을 수 있다는 건, 뭐지?
넌 없었어?
난 없었어 그래서
우린 이렇게 있을 수 있는 거야
연애시, 연애시라는 걸 쓰는 사람들이 있지
그런 건 뭘까
없어지지 않는데
없어지지 않는데
이 더러운 자식 이 더럽고 지겨운 자식
그래도 난 한 번도 네 얘기를 쓴 적이 없어
너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나 자신을 대견하게 느껴지게 해
난 네 욕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어
난 신사야
넌 신사지
항상 네가 옳았어
넌 없었으니까
난 없었어
난 있을 때마다 항상 틀렸지
조금만 더
삼겹살 집의 선풍기는 끄덕끄덕 돌아가고
우리는 밤새도록 냄새를 맡고 마셨지
돼지고기다
돼지고기 냄새가 우리 몸을 감쌌지
우리는 그때 거의 사라져가고 있었고
난 네가 너무도 맡고 싶었지
돼지고기다
우린 돼지고기였고
우린 옳았어
우린 옳았지,
그때 우리는 우리들이
옳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우리는 없었어
(…)
우린 그때 모든 걸 다 잃었지
창피하게
한 계단 한 계단
지옥으로 걸어 내려가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우리는 우리 자신을 향해
밤새도록 속삭였지
황병승, 조금만 더, <트랙과 들판의 별> 2007
(…)는 내가 삭제한 시어









2개의 댓글
잇을이 그 때 말했던 시인이 이 시인이군요.
:-0 난 잇을 때마다 항상 틀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