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대화를 하다 보면 우리는 서로 다른 기억의 늪에서 허우적대곤 한다. 내가 던진 공은 파란색이었는데 너가 받은 공은 푸른색이다. 어느 순간 과거로 돌아가 넌 그의 역할을 맡고 나와 싸우고 있다. 마치 꿈처럼 엉뚱하게 상대가 바뀌어 버린다. 넌 그가 아닌데.

넌 또 너의 기억 속에 나를 끼워 맞춘다. 난 그녀가 아닌데. 우린 그렇게 다른 곳에서 다른 걸 가지고 서로에게 이야기 한다.

귀를 조금만 더 귀울일 걸. 그러면 어쩌면 니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알 수 있었을 텐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알 수 있었을 텐데.


이런 일이 있었어.


난 예전 이야기를 했지. 내가 설거지를 하다 식기를 떨어트려 꽈당 소리가 났는데, 선임이 와서 나에게 “괜찮아?”라고 했지. 난 “괜찮습니다”라고 했는데 선임은 “아니 너 말고 식기”라고 한 후 재밌다고 웃었지. 난 기분 나빴어. 우울했지. 넌 “에이, 나도 그런 장난 하는데, 그건 그냥 장난이야.”라고 했지. 굳이 그렇게 괴롭힘으로 해석할 필요없다는 듯이. 나와 선임은 장난치는 친구사이가 아니었어. 틈틈이 나를 괴롭히거나 혼내기만 했던 선임이 한 그 행동이 “그저 장난”이란 말에 빡 돌아, 나는 마구 내뱉기 시작했지. 여자애들 사이에서 원치 않는 장난을 계속 치다가 데인 기억이 있는 너도 내뱉기 시작했고. 대화는 어느새 “남자애들이 여자애들에게 장난치는 건 관심의 표현인데 그걸 왜 모르냐? 왜 괴롭힘으로 받아들이냐”로 흘러갔지. 너가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해서 나는 그런 식으로 장난 혹은 괴롭힘을 정당화하려는 것에 반발했어. 하지만 너에게 대화는 어느새 “모든 장난은 괴롭힘이기 때문에 하면 안 된다. 장난치는 사람은 그걸 모른다.”로 흘러가, “그렇지 않은 장난도 있다. 장난을 잘 받아주는 친구들도 얼마나 많은데, 넌 아직 그런 친구를 못 만났구나.”로 끝나버린 것 같아.

이제와서야 생각건데, 장난 혹은 괴롭힘이란 단어를 가지고 서로 다른 상황을 설명했던 것 같아. 그저 자신의 기억에 빠져서. 경험의 위치가 다르기도 했지. 우리 말투에 마치 “모든” 무엇은 어떻다는 식의 일반화하는 경향이 강해서, 거기에 맞지 않는 경험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우리가 너무 쉽게 일반화시켜 받아들이는 지도 모르고.

 참 쉽지 않아?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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