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고 지는 것이 그 모든 전부일 수 없듯이

기억났다. 행정대집행 예고일 직전. 나는 (공사장비가 들어오지 못하게) 잘 막으라는 목소릴 꿈에서 들었다. 어떡하면 잘 막아낼까 대책회의가 열렸다. 간절했다. 회의가 끝나고도 구덩이를 파야 하나, 뻘밭을 만들어야 하나 꾀를 내보려는 나에게 위원장님이 다시 다가왔다. 뭘 하니 물었다. 그리고 실은 누군가가 컨테이너 여러 개를 줄 테니 쌓아올려 막아보라고도 했는데 거절했다는 말을 꺼냈다. 이유를 모를 때, ‘그렇게 막아서 뭐하겠니’ 라고, 덧붙였다. 공사를 막아내기 위해 단식을 이어갈 때도 쩌렁쩌렁했던 목고리가 그날은 솔직하고, 격의없고, 조금 다정했다. 어디에서건 우리의 시간과 기억은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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