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여성(이기도 한)인데

생각해보면 난 나를 긍정적으로 남자/남성이라고 받아들인 적이 별로 없다.

어렸을 적은 “남자니까 3ㅁ8ㅎㄵㅈ해야지.”라는 말에 반발했던 기억들이 주를 이루고,

좀 커서 게이라고 정체화하고 나서는 조용히 “난 남자인가?”라고 물어봐도 왠지 그건 아닌 것 같고,

그런다고 해도 게이가 남자라고 주장하는게 뭔가 싶고, 그렇다.

아 물론, 나의 생식기는 몇cm의 고추이고 그게 나에게 그리 큰 문제이진 않았다.(다른 이의 고추에는 관심이 좀 있었지만.)  내가 여성이라고 주장하고픈 생각도 없었다.

그렇지만, 보통 “남자/여자” “남성/여성” 이야기할 때 생식기 이야기하는 거 아니잖아. 그냥 생식기랑 연결시키려고 하는 거 뿐이지.

“남자가 질질 짜고 그래”(울지 않는 게 남자라면 난 남자가 아니다.)

“남자가 힘이 그리 없어서 어쩔라고.”(힘이 많은게 남자면 난 남자가 아니다.)

“남자가 겁이 그리 많아서야”(겁은 별로 없는데. 그럼 난 남자인가?)

“남자가 무슨 치마를 입어”(치마를 입은 나는 남자가 아니다.)

“남자는 다 짐승이야”(여자를 밝히지 않는 나는 남자는 아니다. 다행히 짐승도 아니다. 짐승은 맞나?)

그래서 만약 당신이 나의 생식기가 궁금한 게 아니라면, 내가 남자라고 이야기하긴 무리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랑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내가 남자라고 이야기하긴 무리다.

확실히 난 남자는 아닌거 같고, 여성이기도 한 거 같다.

워낙에 남성/여성, 남자/여자가 말장난 같다.

2 thoughts on “이미 여성(이기도 한)인데

  1. 가끔은 온갖 종류의 성에 대한 너무 정교한 분리가 우리를 괴롭히는 거 같아요.
    부치니 팸이니 하는 말들을 포함해서 말이지요.
    남자의 성기를 가지고 여성적 자기 인식을 가진 사람을 인정하는 사회였다면 트랜스젠더들도 자신의 몸을 더 사랑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해요. 전 수술을 무서워하거든요 –;;
    기준이 소외를 낳는다는 말은 맞는거 같아요.
    전 이러저러해야 여성이라는 기준에 2할도 부합되지 않지만, 꽤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거든요 히 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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