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기념 자문자답 (완변)

–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무더운 여름, 대학모임에 흩어져 있던 친구들끼리 모여 서로 힘을 얻고 지속적으로 인권 활동을 이어나가기 위한 모임이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우리는 대학모임이라는 공간이 갈수록 인권 활동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으며, 모든 성소수자가 편안하게 여길 수 있는 공간이 되지 못하는 데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당시 완전변태 구성원 상당수는 페미니즘 활동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되어 있었고, 페미니즘을 언제나 중심에 놓고 가자는 것에 처음부터 동의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 무엇을 하나요?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을 해 왔습니다. 하기로 했다가 하기 싫어지면 안 하기도 했던 것 같네요. 나름 “언론”으로 시작한 탓인지, 물리적으로 남은 게 그것 뿐인 탓인지, 온오프라인 주제로 잡지나 유인물을 내는 모임으로 기억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사이사이에는 자기방어훈련을 기획해 몇 주간 운영하기도 했고 짧은 연극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미술 전시도 하고 싶었지만 이건 중단되었네요. 지벙규직 노동자, 해고 노동자들을 후원하기 위한 일일식당 운영을 한 차례 맡기도 했습니다. 단기적인 독서 모임을 몇 번인가 진행했고, 사람은 만나고 싶은데 특별한 기획이 없을 땐 다과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깃발을 만들진 않았지만 모여서 집회에 다니기도 하고 퀴어퍼레이드에 가기도 합니다. (마지막 문장도 과거형으로 적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그렇고, 내부적으로는 제일 많이 하는 것은 대화인 것 같습니다. 결성 초기부터 각자가 다른 어딘가에서 소속되어 활동하는 이들이었고, 시간이 흐른 지금 역시 각자가 다른 생활공간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활동의 고민, 혹은 다른 영역에서의 삶의 고민들을 서로 나눕니다. 한때 식도락 모임을 정체성으로 삼았지만, 기꺼이 집을 내어주던 이와 도맡아 요리를 하던 이들이 한국을 뜨게 된 후로 식도락은 성실히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어떤 정치를 가지고 있나요?

웹사이트 프로그램에 오류가 생겨 당분간 읽을 수 없게 된 완전변태 소개문에 따르면 이러합니다.

성소수자의 시각으로 세상을 읽고 말하고 혹은 횡단한다고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정치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치들은 -주의라는 이름으로 하나씩 나열해서 설명할 수도 있고, 혹은 그것들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다양한 가치들로 자주 종종 세밀하게 변해가지만, 마쯔가 입에 똥싸줄 사람이 누구인지는 명확히 알고 있습니다.

저 문장들의 앞에는 조금 작은 글씨로 “완전변태는 정치적 단체입니다”라고 적혀 있고요. 굳이 열거하지 않은 “-주의”들에는 반자본주의, 반이성애중심주의, 반가부장제주의 등이 들어갈 수 있겠습니다. (창간호 『가운데』에는 이런 문장들이 있습니다. “이성애중심주의를 버리자”, “가부장주의여 […] 근절되어라”, “자본주의, 글자만 봐도 현기증이 난다”.) 2008년쯤 진행한 한 인터뷰에서 완전변태는 ‘퀴어 감수성 없는 (주류)운동판’과 ‘운동 의식 없는 퀴어판’ (정확히 어떤 단어들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아요) 모두가 성에 차지 않아 새로 만든 모임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습니다. 일단은 퀴어 모임이고 페미니즘을 전면에 걸고 있지만 (혹은 그렇기 때문에) 성소수자와 여성 뿐 아니라 노동, 빈곤, 장애, 생태, 아동청소년 등 다양한 지점들에 관심을 갖고 따로 또 같이 활동해 왔습니다.

마지막 문장에 적혀 있듯 자주 종종 세밀하게 변해가는 것, 그 자체가 완변의 정치는 아니었을까 싶어요. (뒤늦게 덧붙이자면, 저기 저 마쯔는 아마도 사람 마쯔는 아닐 것이에요.) 완변에서 진행한 모임들, 완변에서 쓴 글들이 누군가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 왔길 바랍니다만, 그것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서로의 글과 말을 두고 몇 시간씩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완변의 멤버들은 조금씩 변했다는 사실입니다.

– 회의를 어떻게 진행하나요?

정례화된 회의나 제도화된 의사결정구조는 없습니다. 누군가가 무언가를 제안하면 필요에 따라 회의를 잡고 대개 모두가 납득할 만한 답이 나올 때까지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홈페이지 레이지톡 메뉴 아래의 글을 제외하고) 잡지나 유인물, 성명 등의 형태로 공개된 모든 글은 모두가 공개에 동의할 때까지 한 문장 한 문장 검토해 확정된 것들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글의 모든 내용에 대해 완변 구성원들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그 시점에 그 글이 필요했다는, 논의 가치가 있었다는, 그런 동의였을 것입니다.)

2012년에 완전변태는 “완전변태는 생활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곳으로, 각 회원들이 서로 비난과 비판으로 관계를 유지합니다”라는 말로 스스로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회의라는 이름을 달고 나눈 이야기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야기들도 있지만, 각자 다른 공간에서 생활하는 구성원들이 가져 오는 정치적 고민들에 대한 토론, 그 과정에서의 가차 없는 비판과 같은 것들이 완변의 회의 방식, 의사 결정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완변 구성원들이 서로에 대해 쌓아 온 신뢰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이 사람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거야’보다는 ‘이 사람은 숨김 없이 내 생각을 비판하고 검토해 줄 거야’에 가까운 종류의 신뢰일 것입니다.

– 가입하려면 어떻게 하나요?

물론 가입을 원하는 이가 있다는 전제 하에서,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존 구성원들의 만장일치 방식 토론을 통해 가입 신청 수락 여부를 결정합니다. 명문화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퀴어 당사자 여부, 여성주의를 비롯한 정치적 입장, “비난과 비판”에 대한 태도 같은 것들에 대해 주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습니다.

결성 초기에는 유인물 같은 것을 보고 완변을 알게 된 이들이 스스로 찾아와 가입했고, 그 조금 후에는 같이 활동할 이들을 찾기 위해 모임을 열기도 했습니다. 놀랍게도 이후에도 띄엄띄엄 관심을 가져 주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만, 최근에는 기존 구성원들의 활동 자체가 뜸하므로, 아마 새로운 이를 받지는 않습니다.

– 무슨 돈으로 굴러가나요?

완전변태는 회원들의 회비를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정례화된 사업은 없으므로, 그리고 각자의 형편이 다르므로, 회비를 내는 시점과 금액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돈이 필요할 때, 그러니까 무언가 하고 싶어졌을 때, 각자 내고 싶거나 낼 수 있는 만큼의 돈을 내며 그에 맞추어 일을 진행합니다.

그것만으론 부족할 때가 있으므로, 잡지, 라이터, 빵, 커피 등등 여러가지를 팔아 보았습니다. 애초에 인건비조차 계산에 넣지 않고 가격을 책정하는 데다 재료비 회수가 끝나는 시점에서 급격하게 판매 의욕을 잃으므로 사업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모임은 아닙니다.

마지막 재원은 놀랍게도, 그리고 감사하게도, 뜬금없이 보내주시는 후원금입니다. 하는 일도 없는데 돈을 주시다니요, 같은 마음이지만 늘 감사히 받아 소중히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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