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만평사태 (아니면 미디어오늘만평늘있는일)

실은 진중권이 게이미학에 대해 쓴 글을 보고도 속으로 웃었다. 써야 할 것이 많이 있을 텐데 왜 이리 무료한 글을 썼나 싶어서다. 책의 페이지를 늘리기 위해 실은 것도 아닐 텐데. 게이는 일반인과 다른 미학을 표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 그리고 그에 기대어 게이의 사회적 가치를 말하는 건 도드라질 정도로 똑똑치 못한 일이었다. 허술하다못해 불리한 근거가 상기시킨 건, 가치가 없으면 어쩌자는 걸까 의아한 질문이기까지 했다. 그래도 도우려다 우습게 됐지만 의도는 귀엽지 않나.
갸우뚱할 일이 자주 생긴다. 없는 셈 치던 존재들을 질릴 만치 소재로 쓰고 있어서다. 어떤 식이든 얄팍한 고민이라도 하고 있는 걸까 한다. 때때로 기다아니다 한 마디 덧붙이거나 어깨만 으쓱하면 된다. 일상이다. 다만 매번 겪어도 화가 나는 때가 있다. 정치적인 발언을 위해 편한 대로 아무것이나 끌어서 쓸 때다. 예컨대 미디어오늘의 만평 따위. 세메냐와 서민MB를 나란히 놓는 일. 
며칠이 지나도 열불이 난다. 이 분노를 웃음으로 바꾸고 다시 삶의 재료로 쓰기 전에 글줄을 더 많이 남기기로 한다. 이 만평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나. 간성은 남성도 여성도 아닌 이상스러운 성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정체성이다. 부끄러움이 있다면 대통령에게 빗댈 수 없다. 비판을 하고자 했다면 비판하는 이유를 함축하면 되었다. 날카로운 펜이 정확한 방향을 겨누지 않으면 많은 사람을 찌르게 된다. 만평은 대통령을 뭉개는 데 실패했고 대신 충분히 조롱당하고 있는 것을 또 비웃었다. 
실은 동성애자도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진보인사들에 동조하고 싶지 않은 짜증이 있다. 그 가치는 적을 부수기 위해 던지는 돌멩이 하나쯤 되려나 한다. 의심이다. 간성과 대통령의 서민코스프레 비교가 전자에 대한 모욕인 걸 모를 만큼 어리석을 수가 있나. 정치적 올바름이란 이것을 위해 저것을 짓밟는 반항질인가. 진보가 만든 세상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기분도 든다. 그보다는 자격이 안될 것 같다. 배려의 마음으로 끼워준다면 착한 나사처럼 조그만 흠집 하나 메꿔야 하나. 세메냐의 정체성은 모호하지 않고 대통령을 비판하겠다는 그림 한 장이 세상에서 제일 중한 것도 아니다. 물론 버릴 것은 버려야겠고 편을 잘 택하는 점은 참 영리하기도 하다. 이렇게나 뒤엉킨 분노가 넘쳐흐르고 살이 떨린다. 그 고상함과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방식들, 목적성, 정당함, 풍부한 예시와 사전에나 나오는 단어들, 떳떳한 거만, 투지, 진지하고 엄숙한 몸짓, 희생정신, 그런 것들이 넌더리가 나는가보다. 연장도 아니거늘 여기선 어르고 달래며 뭘 가르쳐주신다고 하고 저기선 동네북처럼 두드려댄다. 어쩌나. 비문 안 쓰는 연습을 좀 하고 그림도 틈틈이 배워야 되겠다.

2 thoughts on “미디어오늘만평사태 (아니면 미디어오늘만평늘있는일)

  1. 잇을씨 글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문체?말투? 어투??? 아무튼 – 을 굉장히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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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왕 댓글을 이제야 발견했어요,
      칭찬은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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