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야, 10년 후에 죽는 거랑 지금 죽는 거랑 뭐가 다를까?”
“갑자기 왜?”
“엄마는 그 차이를 모르겠다.”
“엄만 10년 전에 죽는 거랑 지금 죽는 거랑 같다고 생각해?”
“음, 10년 전에 죽었으면 너한테 이런 개수모는 안 당하고 살았겠지. 엄마는 자존심이 센 사람이라 이런 수모를 겪으면서 살 이유를 모르겠다.”
“…엄마. 그런 소리 좀 안 하면 안되? 내가 지금 엄마한테 개수모 줬어? 갑자기 왜 또 옛날 얘기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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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만 더 돋궈질 것 같아서 저 선에서 끝냈다. 아니, 끝낼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안방 화장실로 도망쳤기 때문에.
방금까지 싸우다가 저런 얘길 들으면 화풀이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그만인데, 불쑥불쑥 저런 말을 뱉는 엄마를 보면 그냥 넘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도 쉽게 발끈하게 된다. 엄마와의 싸움에서 잘못한 건 언제나 나다. 아니, 엄마의 표현으로는 ‘싸운’ 것도 아니다. 부모자식 간에 감히 어떻게 싸우나. 엄마의 입장에서는 엄마가 훈계한 건에 내가 대드는 것 뿐이다. 나만 잘못 했고, 내가 잘못 했으니까, 과거에 대한 것으로 현재까지 계속 비난 받는 건 엄마한테는 중요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난 지금도 반항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잖아. 애초에 관계에서 한 사람만의 잘못만 있다는 건 어불성설인데, 엄마는 결코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저런 식으로라면 나도 엄마가 과거에 잘못했던 것들 가지고 만만치 않게 틱틱 댈 수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크게 상처 줬던 것들은 다 기억한다. 나에게 별 거 아닌 말이 엄마에게 상처를 준 것처럼, 엄마에게 별 거 아닌 것이 나에게 상처 준 것도 많다. 다 끄집어 내서 얘기하면 끝도 없다. 하지만 난 그러지 않는다. 우선 엄마가 불쌍하기 때문이고, 그런 불쌍한 엄마를 아직도 용서 못 한 내 자신이 싫기 떄문이기도 하고(이건 추후 또 쓸 예정. 사실 이 글이 엄마에 대한 용서 글이어야 했는데, 방금 겪은 사건으로 인해 좀 짜증이 났다.), 그렇게 꺼내봤자 엄마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넌 언제적 이야긴데 아직도 그걸 가지고 엄마한테 상처를 주니?”
따위의 반격이 나올테니까.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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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말라는 건 안 했으면 좋겠는데 자꾸 한다. 소리를 지르면 엄마한테 어떻게 소리를 지르냐고 한다. 방문을 쾅 닫으면 어따 대고 행패냐고 한다. 하지 말라고 하면 니가 안 했냐고 한다. 똑같이 틱틱 대면 저 패륜아는 부모한테 바득바득 대든다고 한다. 내가 반응을 안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억울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또 폭발해 버린다. 나도 내 성격 고치고 싶은데, 따지고 보면 내가 성격을 왜 고쳐야 하나 싶기도 하다. 엄마가 먼저 안 건드리면 나도 먼저 건드릴 일 없잖아. 왜 나 혼자 독박 써야되?
그러다, 문득, 10년 동안 엄마를 용서하지 못한 나도 엄마랑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정말로 저런 적이 없었을까? 먼저 꺼낸 적 없다고 하지만, 정말 뜬금없는 상황에서 엄마의 마음을 후벼판 적은 없었을까. 10년 동안 용서하지 못한 주제에, 용서 했다고 믿었던 주제에, 용서 안 한 내 자신을 인정할 수가 없어서 모른 척 하고 외면하고 있다가 이제서야 겨우 인정한 주제에, 엄마가 저러는 건 정말 순전히 엄마 성격이 못되먹어서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이제는, 자신이 없다. 3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때까진, 난 내가 엄마를 용서했다고 믿고 있었으니까.
이 감을 잊기 전에 다음 글을 빨리 써야겠다, 휴.









8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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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 입니다.
이 감을 잊기 전에 다음 글을 빨리 써야겠다ㅠㅠ
그랬는데 벌써 두 달이 지났다…우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