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 사회를 제대로 굴리는 사람들은 비장애인/이성애자/남성으로 상정되지.

유격을 받는데 교관이 하는 말이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을 생각해라. 이것도 못하냐” 라고 하더니,

힘들어서 제대로 못하는 애보고는 “너 고아냐? 고아야?”라고 윽박을 질렀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지르는 가운데 분노가 솓구치며 “삐리리야, 여기에 있을 지도 모를 고아들이 들으면 어쩌려고 저라나.” 싶었다.

“한국 군대는 나라를 지키기에 적합한 남자들과 그렇지 않은 남자들을 구분하기 위해 여러 범주를 사용한다.  내가 1988년부터 병무청에서 발행하는 계간지인 <병무>를 시대순으로 검토한 바에 따르면, 배제 대상의 범주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예를 들어, 1970년대초까지 학력은 면제 기준이 아니었는데, 대중의 교육 수준이 급격히 높아지자 일정 수준 이상의 학력을 가져야만 입대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그 기준이 더 높아져서 고졸 이상이어야 현역병으로 입대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다음 범주에 속하는 남자들은 병역을 면제 받았다. 학력미달, 수형자, 고아, 혼혈인이 그 범주였다.

왜 이들이 배제 대상으로 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어떤 종류의 남자들이 믿음직한 국민, 따라서 바람직한 군인으로 간주되는지를 알 수 있다. 학력 미달자는 질이 떨어지는 인력으로 여겨지므로, 군대는 인력이 충분하다면 이들을 받아들이길 원치 않는다.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벌어진 징집에 관한 논쟁에서, 다른 ‘ 부적합자’ 범주에 대해 병무청장과 국회의원들 간에 질문과 대답이 오간 적이 있다. 그 논의에 따르면, 아주 어릴 때 부터 또 5년 이상 국가시설에서 성장한 고아는 ‘성격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고 그러면 단체 생활과 군대 병영의 안전을 혼란케 할 위험이 있다.  ‘외관상 식별이 명백한 혼혈인’도 감면 대상인데, 이들은 한국인들로부터 소외된다고 느끼기 쉬우므로 무기를 남용하고픈 충동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병역에서 배제된다고 한다. 한국은 미군 주둔의 역사가 있어서 혼혈인이라고 하면 보통 미군 군인과 한국인 성 노동자 사이의 자녀라고 이해된다. 기지촌 여성에 대한 사회적 낙인은 무척이나 심하다. 이 두 범주는 수적으로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그들이 배제 대상에 속한다는 사실 자체가 남성국민을 구성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네 대한 숨은 가정을 드러내준다. 특히 외모에서 식별이 가능한지를 잠재적 위험의 근원으로 보는 것은 나라의 경계가 인종에 따라 뚜렷이 나뉨을 보여준다. 대다수 한국 남자와 다른 외모를 가진 사람들은 무기를 소지하게 할 만큼 신뢰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배제대상과 달리 면제대상이 되는 또 다른 범주가 있는데, 그것은 반드시 군대에 가지는 않아도 되는 범주다.(이것은 엄밀히 말해서 입대를 선택할 권리도 없는 배제와는 다른다.) 그것은 젠더와 성 정체성에 관련된 것으로, 트랜스젠더와 트랜스섹규얼은 군 복무 면제를 요청할 수 있다.(이런 용어는 최근까지 한국 사회에 존재하지도 않았는데, 성전환 수술을 했거나 여성 복장을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 그들이 면제를 요청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사회적 낙인이 찍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집단은 심한 정신 질환, 정신 지체, 왜소증, 간질, 그 외  ‘신체적 비정상’과 함께 ‘신체장애’범주로 취급한다. 이런 병역 면제는 생물학적/문화적 성 정체성이 유동적인 개인, 생물학적인 성이 확정되지 않은 즉 규범적인 성 이분법에 맞는 몸을 가지고 있지 않은 개인들은 병역에 적합한 ‘정상적인’ 남자가 아니라고 본다는 것을 드러낸다. 다시 말해서, 모호하지 않고 명백한 생물학적 남자, 즉 남자의 몸이 병역에 적합한지를 판다하는 데 중요하다. 남자의 몸은 남성성을 단단히 고정하는 닻이라고 여겨진다.3) 남성의 병역 배제와 면제의 매우 복잡한 논리는 국가가 계속해서 남성 개인을 국가 이익을 위한 동원대상으로 보고 있음을 드러낸다. 기본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3)’신체적 비정상’ 중에 또다른 흥미로운 범주가 있는데, 그것은 ‘무정자증’이다. 이것은 신체적으로 다른 문제가 없는데도 정자를 생산할 능력이 없는 경우를 일컫는데 이런 남자는 병역에서 면제된다. 그러나 이 신체적 ‘결함’은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므로 이 범주에 속하는 남자들은 보통 병역을 이행한다. 그러나 그런 범주 자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남성의 의무인 병역을 구성하는 데 생식력 있는 (이성애적) 남성의 몸이 핵심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문승숙, <군사주의에 갇힌 근대> 180~181쪽에서 인용

한번은 단체로 기합을 받는데, 교관이

“남자새끼가 그거하나 못해서 여자친구 보기 쪽팔리지도 않냐?

여기에 여자친구가 있다고 생각하고 해라. 그래갔고 지켜주겠냐?”라고 윽박질렀다.

일어서서 “됐거든요.”라고 해주고 싶었지만, 힘들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엎드려 뻦쳐 있었다.

과연 다른 애들은 저 소리를 듣고 힘이 나긴 했을까? 쪼금 궁금하다.

끊겨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의 가벼운 대화 속

‘여성주의 학교, 간다’라는 책을 식당에서 읽고 있었다.

-뭐봐? 여성주의? 왜 여자가 되고 싶어?

-아니요. 성, 젠더 이런거에 관심이 있어서(이렇게 대답한 건 학문적인 관심으로 위장, 너랑 별로 진지하게 이야기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흐흐 여자가 되고 싶은 거 아냐? 여자가 얼마나 힘든데.(아무 생각없어.–;)

이미 여성(이기도 한)인데.

-게이야? 너 **에 다 말해버린다.

-말하십시오.

-그래. 니가 말하라고 했다. 이제 ** 올라오면 너 게이된다.

-(**에 가지 않아도 게이인데.)

그래 이런 대화를 했다. 이게 뭐니. 나의 성정체성은 장난 속에서 상대방을 비하시켜 골리는 의미로만 존재한다.


이제 말로는 나만 아는 맥락으로 맞받아친다.  어떤 선임이 “똥꼬(아부)빨러 왔냐”고 해서 진지하게 “어떻게 빨면 되는 데요.”라고 해줬다. 어떤 의미에서 전복적이고, 즐겁다. 근데 성에 안찬다. 내 맥락을 그들도 알아차려서 당황해야 하는데, 이성애중심주의가 워낙에 확고해서  농담으로 맞받아치고 잊어버린다. 선임은 “잘~”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순간 바지를 벗어달라할까 고민했다. 그러면 뭐가 바뀔까? 푸풉. 언제부터 그렇게 계산적이었다고. 커밍아웃도 그렇지만 좋은 선택지가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여기서 견딜수 없으니까 뭐든 하고 그게 (더 좋다기보단 그냥 조금은 달라진)어느 곳으로 나를 데리고 가는 것 뿐이긴 하지만.

훈련소에서

오늘 첫 이론시험을 봤어. 조금 여유가 생겼어. 그래서 잊기 전에 이 곳의 끔찍함을 쓰고 싶어. 나에게 익숙해지기 전에.
조교들이 하는 말 중에, 아니 욕 중에 ‘병신’이란 말이 있어. 다리를 다쳐 기합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다리병신들, 빠져!”라고 하지. 오늘은 이런 말도 들었어. “여기 공군에 뽑힌 사람들은 다 정상이니까 너희가 정신만 차리면 다 할 수 있다고.” 여기에 들어온 친구들 중에 어리버리한 친구들이 있어. 눈치가 느린거지. 차렷하고 있어야 하는데 자꾸 움직여서 기합받고 조교한테 겁먹어서 더 실수하고. 어느 한 사람이 잘못해도 다 같이 기합받긴 해. 그렇다고 서로 도우며 사는 방식을 배우는 것 같진 않아. (조교와) 똑같이 병신이라 욕하고 경계를 그어버리지. 군대는 명확히 비장애인/이성애자/남성만을 원해. 대놓고 그러지. 교육시간에 4급을 받은 남자가 수술을 해서 공군에 자원 입대한 이야기가 나왔어. 그 사람이 군대에 오고 싶게 한 것은 무엇일까? 어떤 이유였을까? “대한민국 남성은 군대에 다녀와야 정상”이란 공식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봤어.
군대에서 살아가는 방식은 획일적이고 일방적이야. 여기서 사회를 배우는 거라면 사회에서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와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지 않는 것도 당연한 거겠지.
군대에서 배우는 인간분류체계는 이런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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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사회를 제대로 굴리는 사람들은 비장애인/이성애자/남성으로 상정되지.
역사시간에 6.25 이후 대한민국을 이렇게 성장시킨 할아버지, 아버지들에게 박수를 치자며 다같이 박수를 쳤어. 웃기지.
여기온 친구들 대부분은 엄마가 너무 보고싶데. 아빠는 별로 보고싶지 않나봐. 어쩌다 아빠들은 아들과 그런 관계밖에 되지 못했을까? 나도 그런가?
여성들을 보는 방식도 매우 단순해. “따먹느니” “걸레”라느니, 물건처럼 이야기하지. 연예인처럼 이쁘면 되는거야. 사람으로 볼 생각이 없지. 뭐 여기선 그냥 농담따먹기의 소재가 될 뿐이야. 자신의 성매매 경험을 맘껏 이야기하지만 그녀들의 삶을 상상해보진 않지. 자신을 괴롭히는 교관은 더 힘들거라고 걱정을 해주기도 하면서 말이야.
여기 들어와서 하루인가 이틀 째인가, 소대장이 들어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 후에 “아 그리고 여기 혹시 동성애자 있나? 그래. 있어도 대답안하겠지. 밖에서는 동성연애가 불법이 아니지만 여기서는 불법이야”라고 하더라. 시험보는 문제지에도 병사간의 동성연애는 불법이다라고 나오고 심리검사에는 동성애가 도착증이라고 나와. ‘남성의 항문을 보면 흥분되는지’ 뭐 이런 항목도 있어. 성희롱 교육 비디오에는 남성간 성폭력 가해자가 자신을 성적소수자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군대에서 동성애자는 비정상일 뿐이다. 존재는 하지만 비정상. 농담처럼 이야기되곤 한다. 한번은 소대장이 동성애자들에게 군대는 꽃밭이라고 하자 다들 웃더라. 꽃밭일까? ‘건강’하고 ‘젊은’ 남성의 벗은 몸을 실컷 볼 수 있긴 하다.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그게 내 동성애 정체성의 전부는 아니다.
그들에게 동성에자는 크게 두가지로 이미지화되어 있는 것 같다. ‘여성스러운’ 남성(남성이 여성스러우면 나약하고 징그럽다 여기며 혐오의 대상이 된다)과 성폭력 가해자(자신보다 강한 힘을 지닌 두려움의 대상으로 자신에게 동성간 성폭력을 저지를 수 있는 초변태, 도착증 환자).
섹슈얼리티가 뭘까란 고민이 들었다. 훈련소에서 우리 호실을 같이 쓰던 동기중 하나는 엄청 잘생긴 조교를 보고 너무 좋다며 눈을 뗄 수가 없다고 그랬다. 나가서 싸이를 찾아보겠다느니, 그 조교 후임으로 들어간다느니. 그 사람말고 이쁘게 생긴 다른 조교는 따먼어야 한다느니. 대놓고 자기는 잘 생긴 남자가 좋다고 이야기했다. 항상 음담패설을 하고 여자를 물건처럼 농담 소재로만 다루는 그는 아이들 사이에서 변태로 통했지만 그가 자신을 게이라 하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를 게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여자친구도 있고 워낙에 남성중심적인 음담패설을 많이 했으니까. 오히려 이 친구가 나에게 날 처음 봤을 떄 여성스러워서(보통 남자들은 다른 사람이 바닥청소를 해도 다리를 벌리고 그냥 앉아있지 나처럼 다리를 모아서 들어주거나 하지는 않는다며) 게이인줄 알았다고 그랬다. 물론 (되게 미안해하며)”그럴 줄 알았다고” 형이 진짜 그렇다는 건 아니고 라는 뉘앙스를 막 풍기면서 말하기는 했다. 옆에 있던 ‘착한’애는 왜 그러냐며, 내가 정상이라고 ‘대변’해줬다. 그 애는 나한테 “아닌 줄 알아요. 형 건강하죠?”라고 물었고, 난 “응, 건강해”라고 대답했다. 섹슈얼리티를 드러내지 않아도 여성스럽다는 이유로 게이로 의심되다니.
훈련소에서 보면 동성애의 욕망이 있다. 농담처럼 이야기되서 어디까지가 진심인지(내가 써놓고도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별별 소리를 다한다. 스킨쉽 욕망도 많고(하지만 스킨쉽은 서로 이성애자라는 확신아래에서도 군대내 동성연애 금기로 서로 조심하는 것 같다.)동성간 스킨쉽=동성애자=변태(비정상) 공식이 성립하는 거 같다.
아참, 물론 무성애적인 사람도 있고, 성보수주의적인 사람도 있고, 철저히 여성만을 욕망하는 100%이성애자들도 있다.
어찌보면 어떤 게이들에게는 이곳이 정말 천국일 수 있겠구나 싶다. 몸과 행동이 ‘남성성’으로 무장된 남성들이 깔렸으니. 동성간 스킨쉽이 금기가 아니었던 예전에는 더 좋았겠지. 몸만을 욕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많은 곳도 없지 않을까?  그럼 난?
훈련소에 들어온지 얼마되지 않아서 영상을 보여줬다. 고무신이 보내온 영상. 아이들의 반응와 교관의 멘트들. 이성애자만이 보이는 이곳. 눈물이 났다. 한참 정체성을 만들어가던 그 때, 전국국제영화제에서 한 영화를 보고 나와 콧물까지 줄줄 흘리며 울었던 그 때가 떠올랐다. (영화 내용은 이스라엘에서 유색인종이자 비유태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소수자로서의 삶. 너무도 당연해서 꿈꾸지도 않던 ‘정상적인’ 삶. 누구나 그래왔고, 누구나 그렇게 살아갈 기쁨과 슬픔, 고통과 지루함이 반복될 삶. (이성)결혼을 해서 애를 낳고 가정을 꾸리며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며 살아가는 거. 그걸 놓는다는게 쉽지 않았다. 무서운 일이었다. ‘정상’만을 보도록 ‘정상인’사이에서만 살아왔다도 굳게 믿던 나에게 도대체 넌 누구와 어떻게 살 수 있을까 막막했었다.

노예가 주인에게 말했다. “나는 더이상 당신의 노예가 아니야” 주인은 배신감을 느꼈다.

포인트는 배신감. 배신감을 느끼는 거야.

군대에서 신병들이 악폐습을 조사관에게 다 이야기했어. 자질구레한 것 까지. 그래서 바뀌었어. 그런데 선임들이 배신감을 느낀다는 거야. 사실 선임들이 하는 일이 많아지는 건 아니야. 어차피 선임들 중 밑에 몇명의 일이 많아질 뿐이지. 대부분은 그 전과 생활이 그렇게 달라지지 않아. 근데 배신한게 너무 괘씸해서 복수가 시작되었지. 유치찬란한 복수놀이를 하는 중이야. 그 전에는 착하고 후임들에게 잘 해줬던 선임들도 화가 나나봐. 착한 “주인”이었을 뿐이지.

군대의 권력관계가 체화되고 세상의 진리인 사람들에게는 평등을 이야기하는 것이 “괘씸”한 짓이지. 나이 권력관계가 체화된 이들이 자기보다 어린 사람에게 멋대로 반말하고 거기에 문제제기하면 “화내”는 것처럼. 권력은 대화와 타협으로 작동하지 않아. 군대에서 선임들은 매우 가끔 내 생각을 묻곤 하지만 결국 내 입에서 나오는 자기 생각을 기대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권력에 저항하기 시작할 때 여전히 주인이라 생각하는 쪽과 더이상 노예가 아니라는 쪽 모두 분노와 배신감이라는 동력으로 때때로(혹은 자주) 갈등을 풀기 힘든 지점까지 몰아가곤 해. 설사 그게 그들에게 물질적인 이득이 전혀 되지 않는다더라도 말이야.

동물의 왕국-침팬지 무리에는 서열이 존재하고, 이는 음식을 누가 먼저 먹는 지로 드러납니다

 계급/서열…권력관계를 기반으로 관계맺기.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을 때, 서로 잰다. 외모로 재고, 배경으로 재고. 그리고선 거기에 따라 대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이런 것도 다 어렸을 때 부터 배우는 거니까. 남자가 여자를 대하는 방법, 어른을 대하는 방법, 공부 잘하는 애를 대하는 방법, 왕따를 대하는 방법 등등.

잠깐 있었던 유치장에서 느꼈다. 사기꾼 죄로 들어온 사람이 다른 사람 하나를 계속 괴롭혔다. 간수들은 관심도 없고. 나는 보는 위치에 있었다. 처음 들어가서 내가 “연세””대학생”이란 걸 알게 된 순간부터 난 유치장 서열에서 바닥에 떨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너무 확연하게 드러난 나의 권력을 보고 나는 다른 생각보다 우선 감사했다.

군대는 계급/서열이 정해져 있다. 합법적으로다가. 안 지키면 영창보낸데요. 이 계급/서열은 일상적으로 아주 깊숙히 스며들어 있다. (당연하지. 미리미리 복종을 몸에 익혀둬야 하니까.) 누가 먼저 경례를 하냐, 누가 무거운 짐을 드느냐, 누가 먼저 먹냐, 누가 말을 많이 하냐, 누가 누굴 즐겁게 해줘야 하냐 등등등.

사회도 그리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다만  사회에선 여러 권력들이 경쟁하고 비교적 비가시화되어 있는 반면에 군대에선 하나의 잣대만 통용되고, 다들 사회에서 인정되는 권력에는 익숙하지만 군대에서의 권력은 익숙하지 않다보니까 “잠깐” 반발하는 거 같다. 대부분의 병장들과 예비군들을 보면 익숙해진 군대의 권력 또한 별 문제없이 바라본다.

군대에서 계급 높은게 짱이긴 하지만 또 사회에서 인정되는 권력들이 완전히 빛을 바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많거나, 쌈좀 잘 하거 갖거나, 명문대생이거나 그럼 개중에 조금 대우해주기도 한다. 잘 못 걸리면 더 찍어 누르려고도 하지만. 많은 군인들의 큰 두려움 중의 하나는 후임에게 ‘먹히는’ 거다.(먹히는 게 뭐냐면 좀 친구 같아지는 거다.) 자기가 먹히는 게 아니라도 대부분 후임에게 ‘먹히는’ 꼴을 못 봐준다. 사실 좀 친구같아지면 슬슬 다른 권력들이 끼어들긴 한다.(남성들 관계는 항상 서열을 만들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그렇기에 보통 거기서 항상 약자의 위치에 있어 왔던 이들은 ‘먹히는’ 게 엄청 두려울 수 있다. 군대의 서열관계를 확실히 해두고 싶은 거다. “왕따가 꼽창(괴롭히는 선임)이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런 맥락인 거 같다. 물론 참 신기하게도 괴롭히는 걸 순수하게 즐기는 인간들도 있다. 혼나야 돼. 

서열/계급/권력을 기반으로 관계 맺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근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