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서 the L night



1년동안 교토에 있으면서, 한 번도 L CLUB에 가보지를 못해서(한 군데를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찾아가보았지만, 망했는지 어쨌는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려서 실망실망대실망을 하고 ‘교토에는 정녕 L CLUB이 없는 겁니까! 라고 절규를 했던 게 작년 겨울.) ‘이렇게 유학생활이 끝나는구나, 흙.’ 하고 있었다. 저번 달까지만 해도 말이다. 그런데 이 곳에도 L들을 위한 공간이 있었다(!) 이 곳을 알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2channel의 한 sure. sure의 제목이 ‘교토에는 레즈비언 언니들 없나요?’였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던 사람이 존재했던 것! 그 sure를 주-욱 읽다가 2010년 작성된 코멘트에서 이 카페의 the L night 라는 이벤트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찾아갔다! (예에-)

이 파티에서 L 언니들을 만나고 나서, 같이 간 친구랑 한결 같이 계-속 반복해서 했던 말은 ‘오길 잘했다.’랑  ‘그냥 안심이 돼’, 그리고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편해.’라는 거였다. 정말 없는 것 처럼 ‘보여서’, 그리고 굉장히 이성애자들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여서’ , 수업에서(젠더론 세미나) 동성애 혹은 이성애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 다들 ‘흠칫’하고 놀래서, 너무 눈을 동그랗게 뜨니까. 나는 굉장히 안절부절 못하고 숨막히는 줄도 모르고 조그맣게 숨을 내뱉으면서 지내왔었다는 걸 그제서야 알게 됐다. 이곳 일본에 와서 처음에 그렇게 우울했던 이유도, 나를 잃어버릴 것만 같았던 이유도, 왠지 이 공간에 와서 가만히 앉아있으면서 느꼈다. 지금까지 그냥 편하게 ‘나’ 일 수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이 공간에서 굉장히 ‘편하게’, 또 ‘자연스럽게’ 나를 되찾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1) 홈페이지는 http://colori2008.exblog.jp/ 일본, 그리고 교토에 여행을 가신다면, 한 번 들려주시길. 나는 이 곳을 굉장히 어렵게 찾았지만, 이 파티에 참석했던 다른 외국인 언니들은 여행잡지에서 찾았데요. 나 좀 울까봐.

(+2) 일본은 부치언니들이 대세인가? 참석한 언니들은 50명 정도였는데, 그 중 3/4이 부치!(자세히 세보지는 않았는데, 그냥 내 기억이 그래요.) 파티는 굉장히 다국적이었고, 재일한국인 언니들을 4명이나 만났다.

(+3) 초 이상형인 언니에게 연락처를 주었지만, 현재까지 연락 없음.



모두의 화장실


일요일에 새로 생긴 쇼핑몰에 놀러 갔다. (피서) 교토역 하치죠구치 개찰구에서 나와서 쭉 걸어가면 보이는 이온몰이라는 쇼핑몰인데, 백화점같은 거대한 슈퍼마켓을 테마로 해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영화관도 있고, 음식점거리도 있고, 오락실(빠칭코)도 있었다. (주말이라서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교토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걸 보긴 또 처음.)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그 곳에서 찾은 게 바로 ‘모두의 화장실’이었다.

‘모두의 화장실(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적혀있다. 물론, 그 옆의 그림 기호에는 트랜스젠더를 의미하는 표시는 전혀 없지만(!) 이 화장실을 발견했을 때 제일 처음 떠오른게 ‘1인화장실’이었다.  남성/여성으로 젠더화되서 나누어져 있는 성별이분법적인 화장실이 아니라,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는 그런 화장실. 아마도 이 모두의 화장실은 다양한 성정체성과 성별정체성을 가진 그리고 다양한 외양을 한 퀴어들을 위해서 처음부터 만들어진 것은 아닐테지만, 그래도 화장실에 이름을 붙일 때, 그리고 그 밑에 설명을 달아놓을 때, 넓게 의미를 열어두는 표현을 쓴 것은 그것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어떤 사람들에게는 편안함을 느끼게 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굉장히 반가웠고, 신기했고, 흥분했다.(하하)

하지만, 이미 화장실을 사용한 뒤에 발견한 것이라 들어가보지는 않았다.(못했다.) 사진을 찍고 있자니 ‘아니 왠 화장실 사진은 찍고 있나’ 싶은 표정으로 지나가는 40-50대의 여성분이 몇분 있었다. ‘그냥, 그럴 일이 있어요. 그냥 기분이 좋아서요. 사진 좀 찍어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