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망했나?

나는 망했나?

연애세포가 요즘 쪼끔~살포시~ 두근두근~ 피어오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암울. 주변에 연애하고 싶은, 연애의 대상이 될 만한 사람조차 없다. 생각해보니 이건 여성주의 탓이다. (꺄~) 여성주의를 익히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나는 “나는야 남성! 마초! 멋쟁이! 음하하하!”하는 인간들을 사랑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어떤 의미에선 약간의 혐오와 경멸마저 지니게 되어버렸다. 뭐.. 여성주의를 익히기 전에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연애의 가능성 정도는 어느 정도 두고 있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철회한 정도? 무슨 못볼 꼴을 보려고…덜덜.

그러다보니 그냥 소위 게이사회와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었다. 그렇지 않은 게이들을 찾기도 사실 쉽지 않았고 이런 멀어지는 과정에서 진정 리얼 마초는 역시 게이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여성의 생존과 행복은 자신들의 관심사가 전혀 아닐 수 있는 집단이니까. (물론 꼭 그런 것도 아니고 알파걸을 비롯한 여성 마초도 많다. 그냥 내가 데인 게 많아서 이런 생각을 지니게 된 것이겠지.) 종로와 이태원을 안 간지 백 만년.. 가더라도 나는 레즈비언 언니들과 함께 갔다. 이태원의 클럽을 가도 언니들과 노느라 바빴다. (그게 더 재밌고 편했으니까) 그랬더니 옆의 레즈언니들이 나보고 귀엽단다. ;a; 심지어 요즘 내가 너무 멋져!라며 나름 심각하게 하악대는 사람들도 간지부치언니들이다. ‘a’~랄라. 난 망했듬….

그래서 장난삼아 여성주의 땜에 난 망했듬.. 이라고 말하곤 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장난삼아이다. 여성주의는 나에게 현실을 보여준 것뿐이다. 현실을 보여준 게 죄는 아니잖아. 그걸 볼 수 있음에도 일부러 보지 않으려 하는 것이 나쁜 거지. 아.. 나와 연애할 정치적으로 올바르려고 언제나 노력해서 피곤에 쩔은 인간 어디 없나..

아 – 그리고 아까 말한 멀어지는 과정에서 중학교 때부터 쌓아올린 나의 게이 정체성이 크게 흔들렸다. 그래서 요즘은 “나 게이야”라고 말하기 껄끄럽기 조차 하다. 그 말이 왠지 나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하는 것 같다. 소위 게이 사회내의 문화를 나는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고 견디기도 싫은데 한꺼번에 묶여버리는 느낌이 들어서 싫어졌다. 그래서 다른 말을 찾고 싶은데.. 찾기는 힘들고 찾아야 되나 싶기도 하다. 그냥 ‘나‘면 안 될까? 안 되겠지? ’나‘에 대해 누군가에게 또 다시 풀어내고 설명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아마도. 그래.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