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cm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명백한 남성성의 위기인 것일까. ‘키가 180cm가 넘지 않는 남성은 남성이 아니다.’ 이 말이 그렇게 위기로 다가오는 것은, 정신적인 충격까지 받아서 언론플레이를 위한 소송까지 할 만큼, 중요한 무언가로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그동안 수많은 남성들은 어떤 것이 ‘여성’인가를 무수히 많은 말로 설명하고 묘사해왔다. 그것은 수많은 소설, 시, 영화 등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는 여성성에 대한 찬사였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그러한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여성에 대한 무언의 경멸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제 이 모든 남성들이 원하는 ‘여성성’을 얻은 매력적인 여성들이 자신의 입으로 남성들을 정의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 여성들에게 허용됐던 것은 자신의 외모를 찬사하는 남성들에 대한 고마움의 인사뿐이었던가. 그 말은 키가 180cm가 넘지 않으면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남성이라는 자신의 170cm가 넘는 키에 대한 완곡한 자랑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감히 여성인 네가 어떻게 나를 묘사하고 나를 마음대로 평가하며 나를 간택할 수 있는가의 명백한 권력의 문제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스스로에 대해서 정의하는 남성성에 걸린 자존심이라는 알량한 감정이다. 이 말에 이렇게까지 미치고 팔짝 뛸 만큼 여론이 반응하는 것은, 아무래도 그것이 남성성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어있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남성성의 기준에 스스로가 묶여 있는 꼴이다. 스스로가 굳이 입 밖에 내어 말하지 않으면, 그것은 개그의 소재로서 충분히 어느 미디어에서나 다루어질 수 있지만, 특정한 자신이 연애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여성의 입에서 그것이 말해지는 것은 자신이 더 이상은 남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선언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 자신의 입지를 뒤흔들어버리는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만히 잘 생각해본다면 말이다. 지금의 이 상황은, “나는 남성이다. 내 키가 180cm가 넘든 아니든, 나는 남성이다.” 라고 말하는 것은, 그만큼 무엇이 자신을 남성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지 그것을 증명해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굉장히 처절한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 이들에게 남은 것은 더 이상 아무것도 없다. 이들은 항상 여성에 의해서 자신의 남성성을 인정받고 증명 받아온 기생적인 존재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만들어 놓은 법칙에 의해서 남성이 되기도 하고 여성이 되기도 하는 굉장히 불완전한 존재들이기 때문에, 스스로는 항상 자신이 누군지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들은 그저 안타까운 권력자들일 뿐이다. 관계를 맺는 방법을 수직적인 방법으로밖에는 결정할 수 없는, 스스로를 갖지 못하는 속박된 존재. 스스로가 받아들인 그 속박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지는 자신들에게 달린 것일 테다. 하지만, 나는 그냥 평생 그렇게 불쌍하게 살기를 바란다. 나는 그저 그들이 불쌍하게 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