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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정
지금 와서 돌이켜 보건데, 나는 어렸을 적에 스스로를 ‘여자’에 가깝다고 여겼다. 인형을 갖고 놀 때나 어떤 행동에 대해서 ‘남자답지 못하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가 남자로 태어난 것이 싫었다. ‘나는 왜 남자답지 못 하지?’라는 의문이 들면서도 ‘남성성’을 획득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다. 내가 여자가 아니라서 문제가 된다고 생각했을 뿐, 그 외의 다른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
여긴 어딘가 나는 누군가
나는 여성이다, 라는 말로는 뭔가 부족하다. 성별 정체성만으로 나를 온전히 드러낼 수는 없기 때문, 은 아니다. 그 말이 나의 성별 정체성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여성의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대부분의 공간에서 여전히 남성으로서―남성답게와는 다르다― 살고 있으며, 남성의 몸이라는 요소 역시 나의 성별 정체성을 구성―그것이 좋든 싫든―하는 일부이며, ‘다른 여성’들과 다른 구석이 많은 탓이다. [...]
면도대신 이 년 저년
가뭇가뭇, 또 수염이 자란다. 또래 애들보다는 늦게부터 나기 시작한 수염이고, 덥수룩하게 자라지도 않지만 그래봐야 수염일 뿐이다. 아무리 적다곤 해도 며칠에 한 번씩은 면도를 하는 수밖에 없다. 수염이 자라는 것은 끔찍하게 싫지만, 그렇다고 면도를 부지런히 하지는 않는다. 키스 할 때 따갑다거나, 보기 지저분하다거나, 아무튼 누군가의 지적이 있기 전까지는 그저 내버려 두고만 있는다. 귀찮아서는 아니다. 의식하고 싶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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